한국일보>

강철원 기자

등록 : 2018.02.23 04:40

박근혜 정부 고위층 2명 금품수수 드러나나

수사기밀 유출 검사 2명 영장

등록 : 2018.02.23 04:40

변호사 탈세ㆍ횡령 수사 난맥상에

관여 전ㆍ현직 검사들 조사 불가피

한국일보가 입수한 최인호 변호사의 대화 녹취록 일부. 자신과 사이가 틀어진 사업파트너에게 검찰과 국세청 고위공직자 비리 문제를 절대 거론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이 22일 현직 검사 2명에 대해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꺼내 들면서 최인호(57ㆍ구속) 변호사를 둘러싸고 강도 높은 금품로비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특히 최 변호사가 그간 여러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를 피한 수사 난맥상이 검찰 내부 조력 때문이란 의혹이 짙어 전ㆍ현직 검찰 간부 다수가 사법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대형 게이트 비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변호사 관련 각종 비리는 2014년 초 사업파트너였던 A씨를 회삿돈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최 변호사는 광고대행 등 사업체에 돈을 대고, A씨는 이를 운영했지만 횡령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었다. A씨는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리자 이에 대응해 최 변호사의 금품비리 의혹을 폭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A씨의 폭로를 막기 위해 검사 인맥을 동원해서 강도 높은 수사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A씨가 수감생활 중 금품비리를 폭로할 가능성에 대비해 최 변호사 측이 추모(36) 검사의 도움을 받아 A씨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과 인터넷 서신기록 등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 검사와 함께 일했다는 검찰 간부는 “인성이나 업무태도가 워낙 좋았던 친구라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자료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가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지연이자)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검찰이 거액을 탈세한 정황을 두 차례나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점도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서부지검은 2015년 2월 수감 중인 A씨의 진정으로 최 변호사의 횡령과 탈세 혐의를 수사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만 해도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최 변호사 예금에 추징보전명령 청구까지 하는 등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윗선 외압 탓인지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않았고, 기소할 때도 탈세 혐의는 통째로 빠졌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이 이달 6일 거액 탈세 혐의 등으로 최 변호사를 구속하면서 당시 서울서부지검의 부실수사가 입증된 셈이나 다름없다.

2016년부터 시작된 서울남부지검 수사과정도 갈지자 행보였다. 최 변호사의 탈세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도 초기엔 강도 높게 진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위로 보고될수록 흐지부지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날 구속된 최모(46) 검사와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수사관 박모씨가 당시 서울남부지검에서 최 변호사 수사를 맡았다. 수감된 A씨를 2년 가까이 불러 진행되던 수사는 결국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당시 수사팀 내부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최 변호사 수사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던 검사가 어느 순간부터 이런저런 핑계로 발을 빼더니 결국 인사발령이 났다”고 전했다.

탈세와 횡령, 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 난맥상은 특히 검찰과 국세청 등 고위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최 변호사 금품로비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6시간 분량의 최 변호사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A씨에게 “USB 당장 나한테 줘라. 공무원들 나오면 나 정말 치명적이야. 실행자가 다 적어놨을 거 아니냐. 누구 만나서 얼마 준거 다 나와있어”라고 말했다. 로비 리스트가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A씨에게서 회수하려는 최 변호사의 시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층 인사 2명이 최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금품수수자 이름과 구체적인 뇌물액수는 물론 금품전달 날짜와 장소, 자금조달 및 돈 세탁 방법, 계좌추적 자료와 사진 등이 포함된 범죄첩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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