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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집권2기 개혁에 성공하려면

입력
2018.04.06 15: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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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엄호 속 순조롭게 출발한 정부

6·13 이후 집권2기는 개혁안정 목표

소통과 협치, 내각 정비로 돌파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에서 '온종일 돌봄학교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에서 '온종일 돌봄학교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한국일보)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은 편이다. 정권인수위원회를 가동할 겨를도 없이 집권했지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무난하게 극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 냈다. 두 번의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쌓였던 폐단을 청산하는 작업은 70% 가까운 국정운영 지지율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일부 정책의 정착 과정에 잡음이 일었지만 수출 등 대외여건의 호조 속에 경제상황도 큰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신년벽두 한반도에 불어 닥친 해빙 물결은 문재인 정부에 날개를 달아 줬다. 베를린 선언과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줄기차게 평화구상을 주장할 때 도리어 날만 세우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느닷없이 신년사를 통해 대화의 손짓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북한 발(發) 해빙임을 부정할 수 없다. “집권 직후부터 다방면에서 대북 창구를 두드렸지만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최고 지도자의 결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였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작금의 평화 무드는 김 위원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순항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 운수 좋은 운장(運將)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전에 만난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들려 준 일화는 예상과 맞아 떨어졌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캠프의 측근 인사가 부산에서 용하다는 역술인을 찾았다고 한다. “다음 도전에는 희망이 있을까요”라는 간절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어림없다.” 문 대통령은 추위에 약한 운세라서 12월 선거는 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촛불혁명이 대선을 5월로 당기는 바람에 문 대통령은 운명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그 최측근 인사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문재인 정부와 촛불혁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9년 보수정권의 청산을 내세워 집권했고 시원시원한 청산작업으로 촛불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집권 초반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여권 핵심에서는 6ㆍ13 지방선거 이전까지 적폐청산을 마무리하고 개혁안정기를 시작한다는 로드맵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정한 성장과 평화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본격화하는 이른바 집권2기 구상이다.

집권 2기로 진입하는 시점과 방향 설정은 틀리지 않았다. 구시대를 청산하는 작업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때가 됐다. 정책 방향은 국정기획자문위가 지난해 발표한 100개의 성장 및 복지, 평화 정책이 될 것이다. 지리멸렬한 야권의 처지에 비춰 보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둬 개혁의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환경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남북과 북미의 연쇄 정상회담 성패가 갈림길이다. 최대한의 중재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낸다면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되겠지만 북미 두 정상의 의지에 달린 대화까지 컨트롤할 수 없다는 한계가 아슬아슬하다. 통 큰 상상력과 담대한 구상의 외교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선거의 낙관적 전망은 도리어 유의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승패에 따라 정치지형이 급변하지만 지방선거는 여의도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7개 재ㆍ보궐선거를 모두 이긴다 해도 여당의 단독 과반은 역부족이다. 억지를 부리는 야당까지 포용하고 이끌 수 있는 소통과 협치의 정치 없이는 뚫기 어려운 난관이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참여정부 2기가 시작됐지만 끝내 4대 개혁입법에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작업을 힘차게 밀고 나갈 내각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최근 재활용 쓰레기 대란과 대학입시 정책 혼선이 보여 주듯이 정부 운영의 누수가 심각하다. 개혁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던 장관들은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독주 뒤에 숨어 손을 놓고 있다. 개혁안정의 집권2기 출범에 앞서 복지부동 장관들을 솎아 내는 대규모 개각을 미리 준비해야 할 판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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