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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우리집 반려견의 이중생활

입력
2016.08.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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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지루함과 외로움 속에서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집에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지루함과 외로움 속에서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인이 외출한 다음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어떻게 지낼까’라는 궁금증에 착안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지난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주인 몰래 집 밖으로 나간 반려동물들의 모험을 담았는데 흥행에 힘입어 미국에서 첫 개봉 한지 한달 만에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앞서 일본 창호 제작업체는 고양이들이 대거 등장하는 광고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얌전했던 고양이는 할머니가 외출하자 창문을 열어 동네 고양이들을 다 불러모아 파티를 즐긴다. 할머니가 돌아오자 고양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할머니의 품속에 폭 안겨 잠이 드는 내용이다.

영화와 광고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가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지일 것이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반려동물들이 무엇을 할지 반려인들의 상상에만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도구들도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으로 연결해 PC나 휴대폰으로 집 안의 실시간 영상을 전송해주는 인터넷프로토콜(IP)카메라다. 주로 방범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지만 요새 IP카메라와 연계한 통신사 광고들을 보면 혼자 남은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서로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걸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기능은 낮에 집을 비우는 반려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충분해 보인다. 시추 종 ‘꿀꿀’(수컷)을 키우고 있는 필자는 2년 전 꿀꿀이 낮에 뭐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IP카메라를 구입했다. 휴대폰으로 카메라에 접속해 집안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한 달이 지나도록 아침 시간에 꿀꿀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카메라에 접속했을 때는 꿀꿀이가 이미 카메라가 비추는 거실에서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꾸준한 모니터링 결과, 아침에 안방으로 들어갔다가 오전에는 창가 쪽 방석, 저녁에는 소파 위로 시간대별로 자리를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가끔 중간에 물을 마시기도 하고 실수로 두고 나온 가방을 뒤지는 모습을 목격한 게 전부다. 꿀꿀의 이중생활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집에 혼자 남은 반려견이 이보다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혼자 사는 회사 후배도 최근 낮 동안 반려견이 걱정돼 IP카메라를 설치했다. 역시나 반려견은 낮 동안 침대 위에서 대부분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 후배는 “활동적인 개인데 축 늘어져 있는 게 마음이 아파서 잘 보지 않게 된다”고 했다.

주인이 외출한 다음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어떻게 지낼까’라는 궁금증에 착안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지난주 개봉했다. UPI코리아 제공
주인이 외출한 다음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어떻게 지낼까’라는 궁금증에 착안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지난주 개봉했다. UPI코리아 제공

집에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영화나 광고처럼 이중생활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사람이 없을 때 피아노에 올라가 연주를 하는 개나 냉장고 속이나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먹어 치우는 반려동물들을 담은 영상들도 있지만 대부분 반려동물들은 지루함과 외로움 속에서 가족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함께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라디오나 TV를 켜놓고 나오는 것, 주인이 입었던 옷이나 이불을 반려동물 곁에 두는 것 등을 권한다. 또 반려견에게는 오래 씹을 수 있는 개껌을 주거나 개 집의 위치를 창밖이 보이는 곳에 두는 것도 좋다고 한다. 외출 전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것도 반려견이 혼자 있는 동안 지루함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가족의 수와 관계없이 낮에 혼자 남겨지는 반려동물들이 많다. 혹시 혼자 있는 동안 반려동물이 말썽을 부리는 ‘이중생활’을 했다면 혼내기보다 그만큼 외로웠고 지루했다는 것을 나름대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게 우선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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