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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다? 개인정보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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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다? 개인정보침해

입력
2017.07.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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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족들과 즐거운 외식을 카드를 꺼낸다. 직원이 힐끗 쳐다보며 말한다. “타인도용으로 신고된 카듭니다.” 당황해서 운전 면허증을 꺼내서 내밀지만 거기에는 타인의 사진이 붙어있다. 면허증에 기재된 정보는 ‘나’에 과한 것이지만 면허증은 내 것이 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친구들과 가족들도 나를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 결국 ‘나’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된다.

최근 일본에서 방영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そして、誰もいなくなった)’라는 드라마의 내용이다. 드라마는 개인정보 관리의 맹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적잖은 화재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늘고 있다. 나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등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많은 정보들이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이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참담한 기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의 정보는 사고 팔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내 정보로 은행에서 거금을 대출받아 사라진다면? ‘보이스 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개인 정보 유출의 가장 큰 ‘가해자’는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들이다. 그들은 이용자들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한 동의하라고 강요한다. 관리 소홀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회피하기만 급급하다.

정보 유출 가해자 중에는 개인도 있다. 개인이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의 주소나 가족관계 등을 불법으로 수집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피해자는 막대한 사회적ㆍ정신적 피해를 입기도 한다. 특히, 피해자가 공무원이나 교직원 등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인 경우에는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상대방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기도 한다. 여가생활의 일환으로 SNS나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가 신체적 정신적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상황을 막으려는 제도는 마련해뒀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해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고 있다. 피해가 우려된다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수법’은 더 교묘해질 것이고, 피해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법이 기술의 속도를 따를 수 없는 만큼 억울한 사례는 얼마나 많이 발생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심각한 것은 피해자가 되는 것만큼이나 가해자가 되기도 쉽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특정인에게만 열린 공간도 아닐 뿐더러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김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남을 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에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나의 정보가 소중한 것처럼 타인의 정보다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얼굴을 직접 대면해서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런만큼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지기 쉬운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에 따뜻한 피가 흐르도록 하는 것,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온라인상에서도 나와 타인의 입장을 바꿔보고, 얼굴을 마주할 때처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온라인 예절을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본다.

김지만(저작권보호원 감수위원,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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