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논술 위주 선발 강화 예상
논술 영어지문 출제·영어 면접 등
대체 평가 도구 도입할 가능성도
수능 난도 조절 쉽지 않을 듯
중학교 영어 조기교육 열풍
고교 수학 사교육 확대 우려
중1~고2 입시 형태 모두 달라
교육현장 혼란 가중될 듯
교육부가 1일 발표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의 핵심은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이다. 원점수를 기준으로 나눈 9개 등급 중 1개 등급을 공개하는 만큼, 1점을 얻기 위한 과도한 경쟁이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영어가 ‘변별력 없는 과목’으로 전락해 사교육 열풍이 수학, 국어 등 다른 과목으로 옮겨가거나 대학별 고사가 확대되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가장 큰 변화는 상위 등급비율 급증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등 입시업체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능 영어영역이 ‘물수능’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난도로 출제될 경우 상위 15.6%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인원 역시 2만6,070명(4.5%)에서 9만664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난이도가 더 낮았던 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1등급 비율은 응시생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상위 23.3%(13만902명)까지 올라간다.
입시전문가들은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수능 대신 학생부와 논술 위주 선발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수능이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되는 수시와 달리, 정시에선 영어 반영 비율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상대적으로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등 다른 과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풍선효과’도 예상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이사는 “영어를 중학교에서 끝내고 고등학교에서 수학에 집중하려는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중학교는 영어조기교육, 고등학교는 수학 등의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학들은 수능영어를 대체할 평가도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논술고사 시 영어지문 출제 ▦영어특기자 전형 부활 ▦절대평가 등급에 자체 점수를 부여해 총점에 합산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한 서울 사립대 입학처장은 “우수한 학생들 유치하기 위해 대학들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면서 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영어 이외에 학생부 교과성적 등을 통해 변별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대학이 본고사 등을 요구할 경우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교육부는 난도조절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평가제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이 경우 다른 과목에 대한 사교육 팽창을 막을 수 없고, 반대로 난이도를 높일 경우 애초 학습부담 감소라는 절대평가제의 취지에 어긋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본계획 발표로 현재 중학교 1학년생부터 고2학생까지 거의 모든 학년이 매년 다른 형태의 입시를 치르게 돼 졸속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고2학생들은 국어 AㆍB형 폐지와 함께 한국사가 필수가 되고, 고1 학생들은 영어 절대평가 첫 도입세대가 된다. 현 중3 학생들은 대학별 전형시행 계획이 2018년에 발표된다. 중1학생의 수능체제는 2017년에나 확정된다.
한편 영어를 제외한 다른 영역은 작년 발표된 수능 기본계획과 동일하다. 이미 절대평가 전환을 확정한 한국사는 20문항(50점 만점)이 출제된다. 국어는 문ㆍ이과 구분 없이 45문항(100점)이 출제되며, 수학은 문ㆍ이과(나ㆍ가형)로 나눠 각각 30문항(100점)이 나온다. 사회ㆍ과학ㆍ직업으로 나뉜 탐구영역은 수험생이 선택한 영역에서 최대 2과목을 골라 응시할 수 있고, 제2외국어와 한문의 경우 두 과목 중 한 과목을 치를 수 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