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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교 동문 전사자와 순직자 유족의 만남

입력
2017.06.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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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국립대전현충원 야생화공원을 지나 현충지 방향으로 가는데, 어느 유족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2년 전에 총기 사고로 소중한 아들을 잃은 어머님이었다. 국가를 위해 병역을 수행하던, 천하보다 귀한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님과 잠시 이야기할 기회를 가진 후에 인근 경찰관 묘역에 같이 참배를 하였다.

2015년 8월 말에 희생된 의무 경찰 유공자를 안장할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기에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하였지만 이제 조금은 평상심을 갖고 유족으로서 그간 감내해 온 아픔을 이해하는 계기였다.

당시 순직한 박세원 유공자는 천안함 46 용사 가운데 제일 막내인 장철희 일병과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평시 전사자로서 서해수호 55 용사들 한 분 한 분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더 없이 반가웠다. 특히 3년 후배인 박세원 유공자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대표로 이곳 현충원 천안함 묘역에 참배를 하였다는 점에서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감회가 일었다. 의미 있는 참배를 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묘역까지 왔던 청년이 의무 복무 중에 순직해 경찰관 묘역에 안장되었다는 사실에 어떠한 설명이 따로 필요할까 싶었다.

이런 특별한 연이 있는 두 유족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모두 서울에 거주해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6월 8일 서해수호 55용사의 동판 전달식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게 되어 참석하였다. 그 의식이 끝나고 난 뒤에 천안함 장철희 일병 어머님을 모시고 박세원 수경의 유족이 살고, 두 유공자가 졸업한 대진고등학교가 있는 노원구 방향으로 향하였다.

사전에 간략하게 연락만 드렸지만 두 유족의 만남은 더 없이 따뜻해서 드라마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의 의미가 이보다 더 생생할 수 없었다.

장철희 일병은 천안함 46용사 가운데 가장 막내로서 겨우 만 19세를 갓 넘겨, 그리고 박세원 수경은 21세에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무하다가 각각 전사, 순직하였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전국 3,000여 개가 넘는 고등학교 가운데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서 고교 졸업 후 불과 5년 터울로 현충원에 안장되었다는 사실에 두 유족은 한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제대로 꽃도 펴 보지 못한 채 이승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은 두 어머님의 심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애잔하기 짝이 없었다. 같은 아픔을 갖고 있기에 두 어머님간의 대화는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두 가족의 잔잔한 대화를 보면서, 우리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더 큰 희생과 공헌을 하고 이곳 현충원에 안장된 독립유공자로부터 전몰, 전상, 무공수훈 국가유공자 등 수많은 유족들의 형언하기 어려운 각각의 아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현재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 위에서 피어난 꽃과 같이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꼈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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