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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터져 야속한 손흥민… 한국, 멕시코에 1-2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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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터져 야속한 손흥민… 한국, 멕시코에 1-2 패

입력
2018.06.2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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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이 24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 후반 막판 뒤늦게 만회골을 터뜨린 뒤 빨리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로스토트나도누=연합뉴스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이 24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 후반 막판 뒤늦게 만회골을 터뜨린 뒤 빨리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로스토트나도누=연합뉴스

답답하고 안타깝고 애처롭기까지 한 90분이 흐르고 후반 추가시간이 왔다.

손흥민(토트넘)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다가 대포알 같은 왼발 슈팅을 날렸다. 그가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는 위치와 패턴으로 이른바 ‘손흥민 존’이라 불리는 곳. 크게 휘어진 볼은 골문 왼쪽 상단에 정확히 꽂혔다. 한국의 이번 러시아월드컵 첫 골이 드디어 손흥민 발에서 터졌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손흥민은 웃지 못했고 팬들도 맘껏 기뻐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패했다.

전반 장현수(FC도쿄)의 핸드볼 파울에 의한 페널티킥 선제 실점에 이어 후반 역습 한 방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1골을 만회했지만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18일 스웨덴과 1차전(0-1)에 이어 2경기 연속 PK 불운에 운 한국은 2연패를 당하며 16강 진출이 사실상 물거품 됐다.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멕시코.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멕시코.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이날 오전부터 로스토프나도누 시내는 초록색 옷을 입은 멕시코 사람들로 가득했다. 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킥오프 1시간 전 한국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오자 야유가 울려 펴졌다. 반대로 멕시코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엄청난 환호로 뒤덮였다. 이곳이 러시아인지 멕시코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신 감독은 손흥민(토트넘)의 투 톱으로 이재성(전북)을 낙점했고 황희찬(잘츠부르크)과 문선민(인천)을 양 측면에 배치했다.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도 독일전과 비교해 2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4백의 중앙 수비 두 명을 모두 바꿨는데 오른쪽 풀백 카를로스 살시도가 가운데로 이동했다.

영상 30도의 무더위 속에 경기는 시작했다.

선제골을 내주기 전까지 한국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스웨덴전과 달리 손흥민의 빠른 발을 이용한 예리한 역습으로 멕시코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20분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치고 들어가 수비 한 명을 제치고 가운데로 들어가며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였다. 그러나 두 차례 슈팅 모두 수비의 벽에 막혔고 이어진 코너킥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헤딩 슈팅은 멕시코 골키퍼 오초아가 쳐냈다. 깜짝 선발 출전한 문선민은 다소 투박하긴 해도 종횡무진 빠른 스피드로 멕시코 수비를 헤집었다. 900여 명의 한국 관중들은 수적으로 절대 열세인데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선제 실점한 뒤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선제 실점한 뒤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의 상승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페널티킥이 나왔다.

전반 23분 멕시코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장현수가 막으려고 다이빙했는데 하필 그의 팔에 맞았다. 바로 앞에 있던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카를로스 벨라가 가볍게 차 넣었다.

가뜩이나 비난의 중심에 서 있던 장현수는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잠시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곧바로 패스 미스가 나왔고 미겔 라윤이 슈팅을 날렸지만 다행히 조현우가 점프해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반 39분에도 손흥민이 역습찬스를 잡았지만 오초아가 달려 나와 걷어냈다.

환호하는 멕시코 관중과 선수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환호하는 멕시코 관중과 선수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후반 초반 아슬아슬한 위기가 이어졌다.

후반 12분 안드레스 과르다도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조현우가 몸을 날려 손끝으로 걷어냈다. 3분 뒤 이르빙 로사노의 슈팅은 기성용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신 감독은 후반 18분 이승우(베로나)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에 나섰으나 오히려 역습 한 방에 완전히 기를 꺾였다. 후반 21분 기성용이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겼고 멕시코는 번개 같은 역습을 펼쳐 하비에르 에르난네스가 마무리했다. 사실 느린 장면을 보면 기성용이 넘어질 때 상대 반칙성 플레이가 있었지만 주심은 외면했다. 선제골 후 한국은 ‘백전노장’ 라파엘 마르케스를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29분 상대 수비가 백패스를 어이 없이 실수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행운의 찬스도 못 살렸다.

한국-멕시코전을 관전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대통령이 원정 월드컵을 직접 관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한국-멕시코전을 관전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대통령이 원정 월드컵을 직접 관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후반 중반 이후 양 팀 체력은 뚝 떨어졌다.

한국은 1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마음만 앞섰다. 슈팅은 날카롭지 무뎠고 패스는 부정확했다. 그렇게 속절없이 후반은 흘러갔고 한국은 뒤늦게나마 터진 손흥민의 만회골에 한 가닥 위안을 삼았다.

한국은 오는 28일 카잔에서 독일과 최종전을 치른다. 아직 1경기 남았지만 한국의 러시아월드컵은 사실상 끝이 난 분위기다. 독일전 선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최선이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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