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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족에 우는 택시기사들…“돈 받겠다고 쫓아갈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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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족에 우는 택시기사들…“돈 받겠다고 쫓아갈 수도 없고”

입력
2017.08.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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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김모(58)씨는 지난달 평일 오후 8시쯤 서울 명동거리에서 술 취한 40대 남성을 태웠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정지신호를 보고 차를 세우자마자 승객이 뒷문을 열고 도망간 것이다. 1만원 정도 되는 택시비를 받아내겠다며 차를 세워두고 쫓아갈 수도 없는 상황. 김씨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택시비 먹튀족(族)’을 만나는데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택시비를 내지 않고 줄행랑 치는 먹튀족 때문에 기사들이 울상이다. “잔돈이 부족하니 다음에 계좌이체 하겠다”거나 “집에서 돈을 들고 오겠다”고 한 다음 자취를 감추는 건 애교 수준. 차로 쫓아가기 힘든 좁은 골목에서 지갑을 꺼내는 척하다 냅다 도망가거나, 대로변 횡단보도 앞에 멈춘 택시에서 갑자기 뛰어내리는 위험천만한 수법도 등장한다. 시간을 끌기 위해 조수석과 뒷문을 모두 열어젖힌 후 도주하기도 한다. 기사들은 “한창 바쁠 시간에는 1분 1초가 아까워 차비 몇 푼 받겠다고 따라갈 수 없고, 대로에서는 차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쫓아갔다가 오히려 맞을까 무서워 눈뜨고 당할 때가 태반”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먹튀족’들이 처벌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현장에서 잡지 않는 이상 범인을 특정하는 게 어려워 고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며칠 전 영등포구 당산동 부근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택시기사 이모(74)씨는 “블랙박스 영상까지 챙겨서 경찰을 찾아갔다가 ‘적발이 어렵다’는 말만 듣고 왔다”고 했다. 한 택시운수회사 관계자는 “피해가 매달 7, 8건씩 발생하지만 돈을 받아낸 적은 거의 없다”며 “회사에서 정한 할당량 채우기도 바쁜 기사들이 경찰서 오갈 시간을 따로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기사들은 “택시비를 내라고 했다가 도리어 봉변을 당할까 겁난다”고 말한다. 승객들이 앙심을 품고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폭행ㆍ성추행ㆍ뺑소니 등을 당했다면서 허위신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강모(55)씨는 “지난달 요금을 내지 않고 뛰어가던 취객을 잡으려 손목을 붙잡았다가 도리어 폭행죄로 고소 당했다”며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얼마 안 되는 돈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택시비를 안 내는 것도 엄연한 사기 범죄로 상습적인 경우 구속까지 돼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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