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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청소년 ‘학교 밖 2만명’ 언어ㆍ진로에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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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청소년 ‘학교 밖 2만명’ 언어ㆍ진로에도 관심을

입력
2016.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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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기별 맞춤형 지원 불구

부모의 불안정한 신분 물려받은

미등록 아이들은 정책 사각지대

대안교육-직업교육기관 늘리고

다문화 이해 증진책 마련해야

올해 4월 다문화 예비학교인 대전 대덕초등학교에서 열린 공개수업을 학부모들이 참관하고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몰랐던 자녀가 한국어로 이뤄지는 수업을 들으면서 참여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흐뭇해했다고 교육부 측은 전했다. 교육부 제공
올해 4월 다문화 예비학교인 대전 대덕초등학교에서 열린 공개수업을 학부모들이 참관하고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몰랐던 자녀가 한국어로 이뤄지는 수업을 들으면서 참여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흐뭇해했다고 교육부 측은 전했다. 교육부 제공

다문화 학생 10만명 시대가 임박했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9만9,186명이다. 10년 전인 2006년 9,389명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학생 대비 비율도 0.12%에서 1.68%로 급증했다. 학령 인구 감소세와 다문화 유아 규모(12만명)를 감안할 때 비중은 계속 증가할 거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10년 간 다문화 교육정책도 꾸준히 진화해 왔다. 2006년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지원 대책’ 발표 당시만 해도 시혜 성격의 일괄 지원에 그쳤던 교육이 지금은 학생을 포함한 다문화가족 자녀의 배경과 성장주기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붙잡기에 제도는 늘 발이 느리다. 다문화 교육정책의 명암을 살펴봤다.

지원에서 이해로

애초 국내 다문화 정책의 중심은 결혼이주여성 지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외국인 노동자와 더불어 결혼 이민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착해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다문화 아동ㆍ청소년으로 주요 정책 대상이 옮겨 갔다. 요즘에는 이들의 다양성도 커지고 있다. 가정이 헤쳐 모이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들어오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늘면서다.

다문화 학생의 교육권은 법으로 보장돼 왔다. 2008년 만들어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18세 미만인 자의 교육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데 이어, 2010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도 국내거주 사실만 확인되면 입학할 수 있게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쳤다.

2012년엔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해 정부가 일반 초ㆍ중ㆍ고교에 한국어 교육과정을 정규과목으로 운영토록 했고, 이듬해 불법체류 아동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일련의 조치가 확대 실시됨에 따라 고교를 졸업하는 20세까지는 이들을 쫓아낼 수 없게 됐다. 작년엔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용어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처음 들어가며 이들을 공식화했다.

현재 정부는 학령기 자녀의 성장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영유아기엔 언어 발달이 늦지 않도록 다문화 유치원에 보내도록 하고 있다. 시범 운영 대상을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렸다. 다문화 예비학교는 공교육 진입 연령대 아동이 정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적응교육을 받게 하려는 취지로 운영되는데 한국어와 정규 수업을 병행한다.

학령기기 지났거나 학교 밖 청소년인 경우에는 레인보우스쿨에서 한국어 교육과 직업 훈련을 받게 한다. 다문화 중점학교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다. 2014년 120개에서 올해 기준 180개까지 늘었다. 다문화 연구학교도 있다. 다문화 교육 모델 고안을 위한 학교로 작년에 39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다문화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정부는 쏟고 있다. 다문화 사회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ㆍ관용을 강조하는 내용이 교육 과정에 ‘범교과학습 주제’로 반영돼 교과서에 실리게 되고 매년 5월에는 다른 나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다문화 교육 주간’ 행사가 학교 현장에서 열린다. 정부가 2009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우수 사례 공모전도 노력의 일환이다.

여전히 배타적인

그러나 한계도 뚜렷하다. 여전히 정부 다문화 정책에서 청소년의 위치는 주변부다. 먼저 장기 체류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미등록이라는 부모의 불안정한 체류 신분까지 물려받고 있다. 이들 중 유아교육기관이나 초ㆍ중ㆍ고교에 재학 중인 아동은 고작 10%이고, 다양한 형태로 미등록 상태에 머물고 있는 다문화 자녀가 2만명을 상회하리라는 게 학계의 추산이다.

7,400여명에 이르는 중도입국 청소년들 중 상당수도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에 낯선 환경에서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들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기 일쑤다. 부모의 재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청소년은 서툰 언어, 다른 문화 탓에 가족 내에서도, 학교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 밖에 머물게 된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응답한 중도입국 청소년은 설문 대상의 43.4%에 그쳤다. 학교 위주인 교육부의 지원 정책 중 상당 부분이 겉도는 이유다. 언어 장벽과 학업 부진뿐 아니라 학교 현장의 기피심리도 중도입국 청소년의 공교육 진입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진로 교육과 직업 정보 제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 사회의 진로 시스템과 진학ㆍ취업 문화에 대한 중도입국 청소년 등 다문화 학생들의 이해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기술과 언어를 가르치는 대안교육기관과 한국폴리텍 다솜고교(충북 제천시) 등의 직업교육기관이 증설될 필요가 있단 것이다.

아직도 배타적인 내국인 학생과 교사, 나아가 일반 국민의 다문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중희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한국공공사회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다문화가족 자녀가 접하게 되는 학교 동료와 교사의 이해와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반인의 다문화 이해 증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10년 간 성과 공유

교육부는 지난 10년 간의 다문화 교육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려는 목적의 ‘2016 다문화 너나들이 축제’를 9~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다. 다문화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청, 유관 부처, 대학, 기업 등과 일선 학교 관계자들이 참여해 그간 축적된 우수 교육 자료 및 사례를 서로 나누고 향후 다문화 교육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김진형 교육부 다문화교육지원팀장은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학교ㆍ지역 현장에서 다문화 교육이 뿌리 내리도록 하는 데 향후 10년 동안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모든 학생이 다양성 인정과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 같은 다문화ㆍ국제화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배우는 교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애쓰겠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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