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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갈등리포트] “홍수 조절용” “식수용” “명승지 보호”… 34년간 갑론을박 중

입력
2017.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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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이해관계 첨예 대립

1984년 발전용 댐으로 첫 계획

상류지역 반발, 홍수 조절용 전환

하류선 “낙동강 대체 상수원 활용”

용유담 계곡 수몰 예정에 반발

지난 7월 경남 함양 휴천면 문정리 용유담에서 지리산생명연대 회원들과 동호회 회원들이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하는 래프팅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제공
지난 7월 경남 함양 휴천면 문정리 용유담에서 지리산생명연대 회원들과 동호회 회원들이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하는 래프팅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제공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의 용유담 계곡.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은 조선 후기의 학자 조귀명이 ‘유용유담기’(1724년)라는 탐방기를 썼을 정도로 자연,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하지만 300년 가량이 지난 지금 이곳은 웃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명승지 지정 예고를 했는데, 국토해양부는 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지리산댐인데, 이곳에 댐이 건설되면 수몰지에 포함돼야 하는 처지다. 벌써 34년간이나 지역별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며 ‘1호 국립공원’ 지리산, 그리고 용유담 계곡을 괴롭히고 있는 사안이다.

추진과 중단 반복된 34년간의 댐 계획

지리산 자락에는 임천이라는 하천이 흐른다. 하류에서 남강과 만나 낙동강으로 흐르는 강이다. 임천 상류를 막아 댐을 건설하려는 국토부의 지리산댐 추진은 1984년 마련된 ‘지리산댐 실시 기본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력발전을 목적으로 총 저수량 1억1,000만톤, 홍수조절용량 470만톤 규모의 댐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정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안이 세워질 때마다 지리산댐은 후보지에서 빠졌다 다시 등장하기를 반복했고 댐의 용도도 발전, 식수, 홍수조절 등으로 바뀌어 왔다.

국토부가 2013년 1월 확정한 댐건설장기계획에는 높이 141m, 길이 896m, 총 저수용량 1억7,000만톤 규모의 문정홍수조절댐(지리산댐)이 포함됐다. 이후 댐사전검토협의회를 거쳐 사업 규모를 높이 107m, 길이 735m, 저수용량 6,700만톤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물을 가둬놓는 ‘담수형’이었던 댐은 홍수 예방 용도에 국한되는 ‘비담수형(개방형)’으로 바뀌었다. 댐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를 줄이고 상류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중재안이었다.

새 정부 들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리산댐을 “홍수조절용 댐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식수댐 전환까지 포함한 사업 계획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목적댐으로 추진하다 타당성이 결여되고 절차적 문제가 복잡해지자 홍수조절댐으로 목적을 변경한 것”이라며 “홍수조절댐을 원하는 상류지역 주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홍수 조절? 식수용? 무엇을 위한 댐인가

정부의 계획과 달리 남강 유역 최상류에 건설하는 댐의 홍수조절 효과는 미지수다. 함양군의 용역조사에 따르면 저수량 1억7,000만톤 규모의 댐을 건설했을 때 홍수조절효과는 4.6%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팀장은 “홍수조절 목적으로 수천억원을 들여 댐을 건설하기보다는 하천 정비 등 다른 치수작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며 “본질적으로는 남강댐 물을 식수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수용 전환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은 경남지역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는 탓이다. 2014년 6월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는 문정댐을 식수 공급 용도를 포함한 다목적댐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11월 지리산댐 저수량을 1억7,000만톤 규모로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하루 46만톤의 식수를 생산한다는 식수 공급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부산시도 수질 문제가 있는 낙동강 대신 상대적으로 맑은 남강으로 상수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남강 상류의 지리산에 댐을 만들어 물을 공급하자는 입장이다.

백인식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댐이 들어서면 상류 지역은 안개일수 증가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식수댐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전환돼 재산상 피해도 발생한다”며 “남원시와 함양군을 포함한 인근 지자체가 함께 홍수조절용 댐이 필요할지 여부를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댐 건설에 가로막힌 명승지 지정

댐 건설은 잃을 것과 얻을 것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댐 건설 예정지에서 상류로 3.2km 거슬러 가면 나오는 용유담 계곡은 2012년 명승지로 지정될 예정이었지만 댐 건설 계획으로 5년째 지정이 보류된 상태다.

지리산의 여러 계곡이 합류돼 형성된 용유담은 주변 산지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해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모여든다. 큰 바위에 절구처럼 움푹 패인 ‘포트 홀’도 특징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조선시대에 관아 주도로 기우제를 지낸 대표적인 장소로서 조귀명의 ‘유용유담기’를 낳은 이곳을 2011년 복합명승지로 지정 결정했다. 그러나 한 달 간의 지정예고 기간 동안, 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은 댐 건설이 되면 용유담이 수몰지에 포함된다며 지정 제외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문화재청에 용유담 보존 방안과 댐 계획 조정 등 대안 마련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문화재위원회는 2012년 자료 보완을 위해 지정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이후 지리산생명연대 등 시민단체와 용유담 명승지 지정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매년 여름 문화제를 열고 매달 한차례씩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명승지 재지정을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팀장은 “문화재청이 이미 그 가치를 인정해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댐 건설 논의로 보류된 이후 함양군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명승지 지정이 댐 건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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