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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 청소년 문제와 교권과의 간극

입력
2017.09.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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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수법이 너무나 끔찍하고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 초등생 피살 사건, 강릉 폭행 사건 등에서 보듯이 일련의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흉포해지고, 이로 인해 소년법 개정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교직 사회의 눈길은 다른 차원에서 착잡하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청소년 범죄 문제에 우리들의 책임은 없는지, 이를 단순히 학교 밖 청소년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지, 이러한 일탈을 최소화하는 학생교육은 그 동안 제대로 해왔는지, 성찰하게 된다. 학생지도에 필수적인 존경과 권위의 버팀목이 무너지고, 생활지도의 손과 발이 묶인 현 교육환경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무력감에 한탄과 탄식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이후 오랜 기간 수요자중심 교육이 우리 교육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학생교육은 많이 변화했다. 학교 민주화와 교원의 자질, 학생 인권 문제들이 집중 부각되면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교원의 전문적 권위와 역할들이 점차 위축되었다. 1990년 말 체벌금지 정책은 학생이 112 전화로 교사를 신고하고, 교육적 훈육을 가한 교사가 수업 도중 연행되는 등 ‘교실 붕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학생지도 붕괴의 신호탄이 되었다. 2006년에는 학생 급식지도에 대해 학부모가 찾아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무릎을 꿇으며 사죄를 구하는 ‘무릎 꿇은 여교사 사건’이 그대로 방송에 보도되면서, 학생지도의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부터 시작된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는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교사의 마지막 손발까지 묶어버렸다.

저출산ㆍ고령화사회로의 진입, 핵가족화와 맞벌이부부 급증 등 사회변화에 따른 가정교육의 약화로 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중요하다고 외치고는 있지만, 정작 교육현실은 다르다. 교원들은 여러 제약 등으로 학생을 적극적으로 훈육하고 인도하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소극적 역할에 내몰려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행복지수 최하위, 자살률 최고라는 현실에 처해있고,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은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지도에 열성적인 교원이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신분상의 피해를 받기도 한다. 학생인권교육센터로부터 성희롱 혐의를 받던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은 선량한 교육활동이 잘못된 인권의식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교육현실 속에서, 교직이 직업(job)이 아니라 천직(vocation)이라는 소명의식과 학생지도의 열정과 열의를 요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청소년 범죄 예방의 출발점은 학교와 교원의 가르치는 권위를 회복시키고, 교육적 훈육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무력화된 학생 생활지도의 정상적 복원을 위해, 다각적으로 교원의 교육적 제재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는 현재 계류되어 있는 교원지위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사회는 학교에서의 교원의 지도권과 학교장의 자율경영권 등 전문적 교육활동을 진정으로 존중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적 공감대 형성 없이 정치의 영역에서 강제된 학생인권 또한, 학교교육의 특수성에서 어느 수준까지 보장하고 제한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의 청소년 문제에 대해 교원들도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결국은 위기에 처한 청소년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해법 가운데 하나도 결국 교원일 수 밖에 없다. 우리 교원들이 서로 협동하면서,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고, 학생지도에 헌신할 수 있는 제도적ㆍ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부산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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