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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요즘 극장가 '철'이 없다

입력
2016.1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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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간 '럭키'는 2일 기준 474억5,1112만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쇼박스 제공
6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간 '럭키'는 2일 기준 474억5,1112만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쇼박스 제공

조락의 계절입니다. 낙엽 지는 늦가을의 쓸쓸한 정서는 극장가 풍경과 맞아떨어져 왔습니다. 10~11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관객들이 발길을 끊는 시기입니다. 뜨거웠던 여름 흥행 대전이 막을 내리고, 추석 대목을 넘긴 뒤 가벼운 ‘가을 잠’에 들어간다 할 수 있습니다. 대형 상업영화는 드물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작은 작품들이 영화팬들을 향해 아우성치는 때입니다.

하지만 올해 극장가는 ‘철’이 없습니다. 10월 국내 전체 관객수는 1,715만9,498명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92만6,529명)에 비해 223만명이나 늘어났습니다. 깜짝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럭키’(2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586만8,513명)와 할리우드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70만9,887명)이 관객들을 끌어들이며 10월 극장가를 여름 부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장사가 시원치 않아 울상 짓던 극장들은 요즘 즐거운 표정입니다.

극장가는 11월 장사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동원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이 수능 하루 전인 16일 개봉하며 관객 싹쓸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게인 2015’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죠. 지난해 11월엔 강동원 김윤석 주연의 ‘검은 사제들’이 544만2,553명을 동원하며 비수기라는 수식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엇비슷한 시기 강동원을 앞세운 영화가 또 다시 개봉하니 흥행 욕심을 낼 만도 합니다. ‘가려진 시간’이 흥행에 성공하면 ‘강동원 타임’이라는 신조어도 생길 기세입니다. 12월엔 강동원 이병헌 김우빈이 주연한 ‘마스터’가 개봉하고 재난블록버스터 ‘판도라’도 극장가를 찾습니다. 올해 관객수가 지난해를 넘어설 거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해진(‘럭키’)과 강동원의 활약만이 극장가에서 비수기를 몰아낸 걸까요. 가을 비수기 흥행은 지난해와 올해만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까요. 충무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성수기 비수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영화 시장이 아니라는 주장들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단 개봉작 수의 증가를 꼽습니다. 여름 성수기나 명절 대목, 연말 특수만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가는 고래싸움에 등 터질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한 거라는 주장입니다. 개봉작들이 많다 보니 성수기 비수기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비수기 취급을 받던 늦가을 극장가에 꽤 큰 틈새시장이 생겼다는 겁니다. ‘럭키’처럼 배급 전략을 잘 짜면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영화라도 잭팟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인데요. ‘럭키’의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180만명 가량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국내외 영화 개봉작수는 증가세입니다. 2008년 한국영화 개봉작 수는 108편이었고, 지난해는 232편이었습니다. 외화 개봉작수는 2008년 272편에서 지난해 944편으로 급증했습니다. IPTV의 등장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외화 수입이 크게 늘었고 외화 개봉도 증가했습니다.

관객들의 관람 문화 변화도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영화 관람이 예전엔 연례행사 격이었다면 이젠 주요 여가거리가 되면서 대목이 아니어도 극장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극장들은 환호를 지를 만한 분석들인데요, ‘늦가을 성수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합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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