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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은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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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은 스타일

입력
2018.06.12 19: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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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스타일을 모방했다. 옷차림은 물론, 말투와 외모까지 유사하게 꾸몄다. 현지 시찰을 할 때 유독 미소를 많이 짓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된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였다. 정치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운 ‘선군정치’를 이어받는 등 아버지의 노선을 답습했다. 갑작스럽게 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으로서는 약점을 보완하고 선대의 향수를 되살려 주민들의 신망을 얻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 김 위원장은 체제가 안정된 후에는 독자적 이미지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는 과감하고 솔직한 그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는 자아비판은 그동안 북한을 지배해 온 ‘수령의 무오류성’을 부정한 것이다. 집권 7년 차인 올해는 신년사에서 ‘선대와의 거리 두기’가 더 뚜렷해졌다. 2015년부터 ‘장군’ ‘수령’ 등의 표현만 남고 언급되지 않은 할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은 이번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착용하지 않았다.

▦ 김 위원장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 첫마디는 그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하는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줬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렸다”고 밝혔다. 아버지 김정일 정권에서의 협상 태도와 방식이 북미관계의 발목을 잡았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서도 선대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신뢰가 쌓이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는가”라고 말하는 등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공동성명 서명식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뛰어난 협상가”라는 칭찬을 쏟아 냈다. 김일성ㆍ김정일 등 선대 북한 지도자들도 통 크고 결단력 있는 사람임을 과시했지만 김 위원장은 젊음과 국제 감각이 더해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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