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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 안에 인문미술체육을 한번에? 경기대 트랙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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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 안에 인문미술체육을 한번에? 경기대 트랙제 논란

입력
2017.04.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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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5시 경기대학교 학과 개편 제2차 공청회가 경기대학교 텔레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약 1,000여명의 재학생이 참석했다. 경기대 학생 제공
지난 19일 오후 5시 경기대학교 학과 개편 제2차 공청회가 경기대학교 텔레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약 1,000여명의 재학생이 참석했다. 경기대 학생 제공
경기대학교는 지난 14일 학부제를 폐지한 후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를 폐지하는 일명 ‘트랙 제도’를 추진했다. 재학생 반발이 심해지자 학교는 24일 트랙 제도를 취소했다. 2차 개편안 사진
경기대학교는 지난 14일 학부제를 폐지한 후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를 폐지하는 일명 ‘트랙 제도’를 추진했다. 재학생 반발이 심해지자 학교는 24일 트랙 제도를 취소했다. 2차 개편안 사진

최근 경기대가 현행 학부제를 폐지하고 계열에 상관없이 수업을 신청하는 ‘트랙제’ 도입을 발표했다가 재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14일 경기대는 학부제를 폐지하고 학생들의 희망 진로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기존 인문사회대학과 예술체육대학, 경상대학, 이공대학은 '인문예술스포츠과학대학'과 '경상사회과학대학', '창의공과대학'과 'IDT융합대학' 등으로 개편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과는 '트랙'으로 바뀌어 학생들이 계열에 상관없이 수업을 신청하고,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트랙은 폐지되도록 했다.

트랙제는 발표되자마자 재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면서 일주일 동안 개편안이 세 차례나 수정됐다. 재학생 이왕근(25ㆍ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씨는 “한 학부 안에 인문, 미술, 체육학과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학교가 상식적으로 납득 할 수 없는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교육’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스스로 버렸다”고 말했다.

경기대측은 24일 “재학생 반발이 심해 트랙 제도를 없던 일로 하고 학생 측 입장을 받아서 최종 개편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관련성 없는 학과 통폐합과 교직이수 폐지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을 비판하고 있다.

3월 29일 학과 구조조정 반대를 위해 열린 비상학생총회에 참가한 동덕여대 학생들.(왼쪽) 지난 5일에는 학교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수업거부를 실시했다.(오른쪽) 동덕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캡쳐
3월 29일 학과 구조조정 반대를 위해 열린 비상학생총회에 참가한 동덕여대 학생들.(왼쪽) 지난 5일에는 학교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수업거부를 실시했다.(오른쪽) 동덕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캡쳐

대학가 휩쓰는 학과 구조조정…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 탓

학과 구조조정 문제는 비단 경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학과 통폐합을 단행하는 학교측과 이에 맞서는 학생들간의 내홍이 계속돼 왔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5일 학과 통폐합 반대를 위한 집단 수업 거부를 실시했고, 경성대에서도 지난 달 28일 무용, 교육, 정치외교, 한문 총 4개 전공 폐지 심의과정에서 학생들과 학교 측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동덕여대 재학생 한연정(22·가명)씨는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를 다니지만 정작 학생 입장은 반영되지 않는다”며 “대학이 취업률에만 매달리는 취업학교로 변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주요 대학 구조조정 현황. 인문사회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진 구조조정은 재학생 반발에도 불과하고 조사한 5개 대학 모두 추진되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주요 대학 구조조정 현황. 인문사회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진 구조조정은 재학생 반발에도 불과하고 조사한 5개 대학 모두 추진되었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대 역시 2018년 개혁평가 2주기를 맞아 구조조정이 추진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전체 대학을 등급화하고 최우수 등급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 비율을 권고하는 제도다. 이렇다 보니 대학은 취업률에서 저평가 받을 우려가 있는 인문사회예체능계열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8년 사이 사회과학 신입생 6,637명 줄고 공학 신입생 9,584명 늘어

지난 8년간 (2008년부터 2015년)에 4년제 일반대학을 기준으로 입학 정원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인문사회예체능 분야에서 학과 폐지 및 입학 정원 축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교육통계서비스
지난 8년간 (2008년부터 2015년)에 4년제 일반대학을 기준으로 입학 정원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인문사회예체능 분야에서 학과 폐지 및 입학 정원 축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교육통계서비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표한 ‘통계로 본 대학 구조조정 실패의 민낯’에 따르면 지난 8년 간(2008년부터 2015년까지) 4년제 일반대학 구조조정은 인문사회예체능계열 중심으로 이뤄졌다.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계열은 사회과학계열로 2008년 9만 868명에서 2015년 8만 4,231명으로 6,637명이 감소했다. 인문, 예체능 계열이 각각 3,030명, 126명 감소로 뒤를 이었다. 반면 공학ㆍ의약계열 입학 정원은 각각 9,584명, 8,912명으로 증가했다. 경성대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인구 감소로 학생 인원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철학과에 ‘생명의료’더한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학습권 침해”

하지만 학생들은 무리한 학과 개편은 곧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재작년 학과 구조조정을 실시한 동아대 재학생 강은하(21·가명)씨는 “학과 개편으로 철학과에 ‘생명의료’ 분야를 더해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바뀌어 일부 재학생들 사이에선 ‘사이비 학과’라 불린다”고 말했다. 강씨는 “철학을 복수전공하고 싶었으나 학과 정체성이 사라지니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기대 인문대 신입생 한유나(19·가명)씨는 “’트랙 제도’로 바뀌면 어문계열은 교직 이수도 없어진다”며 “교직 이수를 보고 입학했는데 입학 한 달 만에 구조조정 통보를 받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절차적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육부 대학정책실 담당자는 "대학교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구조조정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심의 과정에 따라 대학들은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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