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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트럼프의 위상? “미국 대통령”ㆍ“최고 지도자” 호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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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트럼프의 위상? “미국 대통령”ㆍ“최고 지도자” 호칭도

입력
2018.06.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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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북한 평양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역 게시판에 게재된 북미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노동신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평양=AP·뉴시스
13일 북한 평양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역 게시판에 게재된 북미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노동신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평양=AP·뉴시스

싱가포르 북미 회담후 북한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져 호칭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 트럼프가 군복을 입은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어색하게 거수 경례를 하는 장면이 보도된 이후로 호칭도 달라졌다.

지난 해만해도 북한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로 불렀던 데 비하면 지금은 언론에서도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심지어 "최고 지도자" 로까지 칭하고 있다. 이는 가장 미-북 관계가 안정적이었던 시기에도 기껏해야 "트럼프"라고 전혀 존중이나 정식 호칭 없이 불렀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당국의 트럼프에 대한 공식적인 태도 변화는 국영 미디어에서 트럼프의 모습이 진지하고 점잖고 때로는 제왕적으로 당당하게 비춰지고 있을 정도로 커졌다.

이는 어린시절부터 "미 제국 주의자" 등 갖가지 욕설과 함께 미국을 이념적으로 증오하도록 가르침을 받아왔던 국민들을 향해 북한 정부가 정교하게 짜여진 리얼리티 쇼를 통해서 미국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도록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장면은 그 동안 국영 TV에서 방송되지 않다가 김정은이 평양으로 돌아온 지 만 하루가 지난 14일에야 회담 장면과 사진들이 처음 TV로 보도되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빛나는 주연은 김정은이었으며, 트럼프가 처음 화면에 등장해서 지금은 널리 알려진 악수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42분짜리 특집 프로그램 중 20분이나 지난 뒤였다.

극적 효과를 기하기 위해 정상들의 만남은 유명한 아나운서의 노랫가락 같은 멘트로 묘사되었다. 또한 화면도 나이에 비해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치며 예의 바르고 잘 웃고 단정하고 절제된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나이가 두 배나 많은 트럼프와 접견하면서, 트럼프가 허리를 굽히고 악수하거나 엄지 척 해 보이는 장면, 업무 오찬장을 향해 앞서서 안내하는 장면을 강조해서 방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인 노광철 인민 무력상의 경례에 경례로 답했다가 이어서 다시 인사하고 서로 악수하는 장면을 평양 시민들은 웃음을 지으며 즐겨 감상했다.

두 정상이 합의서에 서명하는 장면 직전에 여성 아나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미국에서는 "야수"라고 부르는 방탄 리무진 승용차를 직접 구경시켰다고 설명하면서 한 때 "두 최고 지도자들께서는.."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특집 뉴스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 연대기에 가까운 스타일이어서, 평양공항의 레드 카펫에서 출국하는 장면에서 에어차이나를 타고 가는 장면,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까지의 자동차 행렬과 주변의 행인들이 마치 록 스타에게 하는 것처럼 손을 흔들며 환영하는 장면 등 정상회담의 모든 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북한에서 국영 매체의 보도는 국민에게 정부가 어떤 인상을 주려고 하는지 향후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뉴스 접근이 매우 제한되었던 북한의 일반 국민들에게는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적 행보는 벼락에 가까운 충격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에 따라 외교적 관계와 각종 실무회담을 망치지 않으려는 조심성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에 대한 호칭과 어휘는 계속해서 완화되어 왔다. 북한 정부가 얼마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의 "자본주의적 가치"에 편향된 태도를 비난한 것 외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거친 표현은 최소로 줄어들었다.

14일의 보도에는 부시 행정부 때부터 북한 정부와 앙숙이었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조차도 김정은과 악수하는 장면이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의 경제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에 의한 새로운 평화시대를 강조한 지금까지의 보도와 달리 북미 관계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달라 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북미회담 등 외교무대에서 김정은이 최고 스타로 묘사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공동으로 스타가 될지, 과거의 악당으로 되돌아갈지는 앞으로의 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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