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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집중 방지” VS “사유재산 침해” 토지공개념 뜨거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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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집중 방지” VS “사유재산 침해” 토지공개념 뜨거운 공방

입력
2018.03.22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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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개발 통한 불로소득 공유해야”

“국민 공감대 없이 도입 땐 혼란만”

부동산투기 고강도 조치 길 열려

종부세ㆍ보유세 등 대폭 강화 예상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연합뉴스

청와대가 21일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며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부의 집중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나친 사유 재산권 침해”란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가 부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란 땅에 관한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한 개인의 정당한 노동을 통한 대가가 아니라 국가의 개발 정책에 의해 얻어진 측면이 큰 만큼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개인 재산권 제한을 더 폭넓게 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난개발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도시계획 측면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필요성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팀장도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개인과 국가가 함께 누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반대하는 측은 국가의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를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시한 헌법 23조와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헌법 10조와 상충할 수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도 “토지공개념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나 국가 정체성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사회주의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개념이 모호한 토지공개념을 공감대 형성도 없이 도입하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결국 토지개발에 대한 이익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재분배 추구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고강도 입법조치들이 내려질 길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게 된 배경으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우선 부동산 보유세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당시 과세대상 48만명, 징수액 2조7,700억원에 달하는 토지초과이득세가 폐지된 후 가장 강력한 자산 재분배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과세 대상과 세율, 공제액 등이 조정되며 과세대상은 20만명대로, 과세액도 1조원대로 급감했다. 종부세 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과 정부의 종부세법 개편안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과표 6억~12억원 세율 0.75%에서 1%로 ▦12억~50억원 1%에서 1.5%로 ▦50억~94억원 1.5%에서 2%로 ▦94억원 초과 2%에서 3%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율 인상과 함께 세금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도 실거래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폭 상향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과거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폐지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부활할 가능성도 없잖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사실상 정부가 보유세 인상의 명분과 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그 중 토지가격이 올라갈 때마다 땅을 팔지 않아도 세금을 물리는 가장 강력한 부동산 보유세인 토지초과이득세가 부활할 경우 불필요하게 나대지를 보유한 사람들은 몇 년 지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을 꼭 세제 강화 쪽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토지공개념이 불필요하게 확대되면 되레 사회 경제 운용 운신의 폭만 좁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개인, 가구의 자산뿐 아니라 기업의 비용도 상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개헌안의 토지공개념과 무관하게 종부세 개편은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청와대의 토지공개념은 세제 강화가 아닌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세종=이대혁ㆍ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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