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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안철수 대표 ‘미래’ 단어 유독 좋아해... 미래당 못쓰자 바른미래로

입력
2018.02.10 1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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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강행과정서 수차례 무리수

安대표, 창당기술자 비판 들어

유승민의 완벽한 승리 평가 많아

홍준표 “배신자 정당” 비판나서

바른정당 때 무시 전략과 대조

바른미래당 출범에 긴장한 듯

호남세력 이미지 벗은 민주당

민평당 의원 영입ㆍ합당 여부는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갈릴 듯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8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에서 민심을 듣는다' 간담회에 앞서 창당을 앞둔 바른미래당 당명이 적힌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8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에서 민심을 듣는다' 간담회에 앞서 창당을 앞둔 바른미래당 당명이 적힌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제3당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13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여 바른미래당으로 새 출발을 시도하자, 호남계 중심 의원 15명은 따로 나가 민주평화당을 차렸다. 2018년 상반기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국민의당 재편 뒷얘기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2년 만에 국민의당이 결국 갈라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전당대회에 안철수 대표가 출마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죠.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국민의당 내부 갈등을 이해하려면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국민의당은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류였던 친(親)문재인계와 갈등을 빚던 안철수 대표, 호남 지역구 중심 반(反)문재인 성향 의원들이 대거 탈당한 뒤 2016년 2월 만든 당이죠. 극중도를 지향하는 안 대표와 반문 의원들의 만남은 정략적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았죠. 당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안 대표는 대선은커녕 총선 출마도 어려웠을 테고 호남 의원들도 노림수가 있었으니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결합이었던 거죠.

여의도 구공탄(구공탄)=사실상 국민의당 분당 조짐은 안 대표의 전대 출마 때부터 엿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당내에서는 5ㆍ9 대선 패배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학력의혹 허위 제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들어 안 대표 조기 등판을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습니다. 특히 12명의 의원은 출마 반대 성명서까지 냈는데요. 이들 대부분이 이번 분당 국면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해 민평당을 창당한 의원들이니 분열의 싹은 그때부터 엿보였죠.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당시 갈등은 지금 통합 사태의 갈등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안 대표 카드를 일찍 써버리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출마를 만류하는 박지원 등 호남중진들의 노력도 있었으니까요.

달빛=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인 안 대표의 전략적 노림수는 무언가요.

찍고=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계속 갈 경우 호남지역은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흡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은 다음 대선까지도 고려한 행보죠. 거대 양당과 겨뤄볼 수 있을 만큼 당세를 불린 뒤 대선에 재출마하는 그림.

달빛=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의원들이 잇따라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위기 상황에서 통합에 나선 거죠.

찍고=정치권에서는 이번 통합은 ‘유승민의 완벽한 승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안 대표는 통합 강행 과정에서 여러 번 무리수를 던졌고, 결과적으로 기존 국민의당 의석 수보다 적은 뺄셈통합이 되면서 출혈이 컸던 반면, 유 대표는 비교적 수월하게 당내 의견을 모으고 통합을 성사시켰으니까요.

세탁기=‘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신념윤리가 유 대표를 이끌어가는 추동력이잖아요. 그런데 한국당에 들어가는 건 자기가 정치를 할 이유와 맞지 않다고 보는 거죠. 다만 정치는 세력이 중요한 만큼 새로운 세력인 안철수를 끌어들여서 한국당을 밀어내고 바른미래당을 보수의 본진으로 만들어 후일을 도모한다는 계획이죠.

달빛=통합 과정에서 안 대표는 통합 의결을 위한 전대를 취소하고 당헌ㆍ당규를 바꾸는 식으로 무리한 통합을 추진하는 바람에 정당론 원칙을 깼다는 비난이 일었는데요.

구공탄=우회상장이란 비판까지 나왔죠. 안 대표는 절차적 정당성을 얘기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을 사당화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죠.

달빛=여러 차례 당을 만들고 깬 안 대표는 ‘창당기술자냐’라는 비아냥도 사고 있는데요.

구공탄=박지원 의원은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다시 배신한다”며 안 대표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죠. 그러나 안 대표는 국민만 보고 간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창당과 해체를 거듭하는 정치기술자 식의 별명이 안 대표에게도 썩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달빛=통합신당 당명 선정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죠.

구공탄=이 문제는 안 대표가 ‘미래’라는 단어를 유독 선호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당초 당명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바른정당 측은 바른국민당을 주장했으나 안 대표가 미래당을 고집했다는 후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통합신당의 미래당 명칭 사용금지 해석이 나온 후에도 결국 미래를 빼면 안 된다는 국민의당 주장에 따라 바른미래당이 됐죠.

달빛=아직 바른미래당이든, 민평당이든 거취를 결정하지 않은 의원들도 많죠.

구공탄=이미 전남 나주ㆍ화순 지역구 손금주 의원이 양당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 행을 선언했죠. 아직 국민의당에 남아 있긴 하지만 역시 호남 지역구 출신 이용호 의원도 손 의원과 같은 행보를 밟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민평당을 택한 초선 중 일부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무소속 혹은 민주당 행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찍고=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합류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국민의당 의원들로는 김성식ㆍ이찬열ㆍ박선숙 의원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때 ‘안철수의 브레인’으로 불렸던 김성식 의원과 ‘안철수계의 전략가’로 꼽혔던 박선숙 의원은 안 대표가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데 불만도 있었고, 박 의원의 경우 바른미래당의 보수 정체성에 고민이 있다는데요. 민평당 쪽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출당시키지 않는 이상 탈당할 수 없는 비례대표 박선숙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머잖아 민평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달빛=한국당은 보수야당 경쟁 때문에 바른미래당 창당을 주목하고 있을 텐데요.

세탁기=“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은 확실히 다르다”는 게 한 한국당 의원의 얘기입니다.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무시’가 기본 전략이었거든요. 그런데 바른미래당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최근 바른미래당을 두고 ‘한국당 배신자와 민주당 배신자가 만든 배신자 정당’이라고 비판을 했는데, 이것부터가 벌써 긴장의 증표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홍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비판할수록 한국당은 오른쪽 코너에 몰리는 이미지만 쌓인다는 의원들 불만도 있어요.

달빛=민주당은 나중에라도 민평당 등 일부 의원들을 받아들일까요?

올해도 가을야구=매우 부정적입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과거 당에서 반문 정서를 끊임 없이 활용했던 호남 수구세력이란 불순물을 자연스럽게 빼냈기 때문이라는 내부 시각이 많습니다. 예전에야 통합의 정치, 덧셈의 정치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조건 세를 넓히는 게 당의 지상명제였겠지만, 이제는 당을 움직이는 게 몇몇 정치인들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지하는 집단지성이라는 판단도 나옵니다. 따라서 이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낼 과거 정치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당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란 생각이 퍼져 있습니다.

여당탐구생활=표면적으로는 지방선거 때까지는 민평당 합당은 어렵다는 게 여당 의원들의 입장입니다. 일부 중진의원들은 “민평당도 민주당과 한뿌리이기 때문에 결국 합쳐야 한다”면서 공공연하게 합당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민평당의 지방선거 성적표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당내 여론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방선거 국면에서 전략적 연대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민평당이 호남 광역단체장과 재보궐선거를 놓고 민주당과 딜에 나서며 실리 챙기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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