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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제주 곶자왈에 동물원 설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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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제주 곶자왈에 동물원 설립 논란

입력
2017.06.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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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선흘곶자왈 인근에 외국 동물을 전시하는 사파리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비지트 제주 홈페이지 캡처
제주도 선흘곶자왈 인근에 외국 동물을 전시하는 사파리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비지트 제주 홈페이지 캡처

제주 구좌읍 곶자왈에 외국 동물을 전시하는 사파리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자갈을 뜻하는 '자왈'이 결합한 제주 방언으로, 암석과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얽혀 수풀처럼 자라는 지대다. 지하수가 풍부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함께 자라는 곳으로, 제주도의 '허파'라고 불릴 정도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파리월드가 들어선다는 곳은 구좌읍 동복리다. 민간기업이 1,500억 원을 투자해 330만㎡(100만평) 면적에 코끼리, 재규어, 하마 등을 전시하는 사파리와 모노레일 등 관광시설, 숙박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부지에 인접한 선흘 곶자왈은 제주의 대표적인 곶자왈 지역으로, 이곳의 동백동산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선흘1리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곶자왈에 어울리지도 않는 동물을 풀어놓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하다"며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을 전면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의 한 코끼리테마쇼 현장. 제주도에는 각종 동물체험시설과 동물쇼 사업이 성행 중이다. 비지트 제주 홈페이지 캡처
제주도의 한 코끼리테마쇼 현장. 제주도에는 각종 동물체험시설과 동물쇼 사업이 성행 중이다. 비지트 제주 홈페이지 캡처

천혜의 섬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제주도에는 이미 동물을 이용한 관광시설이 넘쳐난다. 돌고래부터 개, 고양이, 말, 돼지, 염소, 새, 파충류, 양서류, 열대어까지 손으로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체험시설들이 섬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체험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동물쇼'장이다. 서귀포의 코끼리쇼 공연장에서는 늙은 코끼리부터 몸이 다 자라지도 않은 아기코끼리까지 뒷발로 서는 재주를 부리고 사람들이 던진 1,000원짜리 지폐를 코로 쓸어 담는다. 원숭이와 바다코끼리, 큰돌고래 쇼를 하는 업체도 수년 째 운영 중이다. 심지어 거위, 돼지들까지 미끄럼틀을 강제로 타고 내려오는, '재주'라고 말하기도 힘든 공연에 동원된다.

동물에게 생태적 습성과 전혀 상관없는 인위적인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동물쇼는 훈련 과정에서 먹이 제한이나 신체적∙정신적 억압 등 동물학대행위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동물원과 달리 이런 공연장에서는 동물이 사는 사육공간은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사육공간을 대중에게 전시하는 동물원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연용으로 길러지는 동물들의 처우가 어떨지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의 한 공연업체를 방문했을 때 공연이 없는 시간 동안 원숭이들이 개 훈련용 크레이트에 목줄을 한 채 갇혀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렇게 제주도에 각종 동물공연과 체험시설이 난무하는 이유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한 여행이니만큼 일상생활에서 접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체험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굳이 지역에 서식하지도 않는 야생동물을 만지거나 왜곡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물쇼를 보지 않더라도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제주도에 각종 동물공연과 체험시설이 난무하는 이유는 특이한 체험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기 때문이다. 비지트 제주 홈페이지 캡처
제주도에 각종 동물공연과 체험시설이 난무하는 이유는 특이한 체험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기 때문이다. 비지트 제주 홈페이지 캡처

곶자왈만 해도 그렇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제주고사리삼과 순채는 선흘 곶자왈에만 자생한다고 한다. 멸종위기동물인 물수리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서식하고 있다. 장기적인 보전계획을 세우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도 모자랄 마당에, 파헤쳐서 사파리와 숙박시설을 짓는 것을 허가하고 도유지까지 임대하겠다는 제주도의 계획은 마치 자신의 허파를 도려내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구좌읍이 위치한 제주 북동쪽 해안은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해안도로를 지나다 보면 10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검푸른 바다에서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제돌이를 비롯해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되던 돌고래가 자유를 만끽하며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 달이면 금등, 대포 두 마리가 무리에 합류한다.

제주도는 생명이 숨 쉬는 섬이다. 바다와 바람과 돌이, 돌고래와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우리 고유의 멸종위기종 동식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수입된 야생동물을 가두는 시설을 짓겠다는 반생명적인 계획이 백지화되었다는 소식을 이른 시일 안에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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