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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젊음은 축복일까

입력
2016.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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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줄에 접어들면 통상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다. 젊건 늙건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이 다가오면 한 살 더 먹는 것에 막연한 슬픔이나 두려움이 느껴져 안타깝다. 해가 저물 때마다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우탁의 시조 ‘탄로가(嘆老歌)’가 가슴에 닿는다. 백발을 염색하고, 빠지는 머리를 가발로 감춰도 젊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조선 중기 시인 이달은 ‘대화탄로(對花歎老)’라는 시를 지었다. 꽃 가지를 흰머리에 꽂아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서글픈 내용이다.

▦ ‘늙지 않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2015년에 개봉된 영화 ‘아델라인’은 이 주제에 근접하는 답을 준다. 자동차 사고로 숨이 멈췄다가 다시 살아난 아델라인은 100여년 동안 29세로 살아온 늙지 않는 존재였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은 축복보다 재앙에 가까웠다. 사람을 피해 신분을 바꾸고 이곳 저곳 도망을 다닌다. 사랑하는 사람은 늘 먼저 죽고, 늙어가는 딸을 지켜보는 운명으로 살아간다. 요즘 뜨는 드라마 ‘도깨비’도 936년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끝없이 지켜봐야 하는 고통에 관한 내용이다.

▦ 노화와 죽음은 자연현상이지만,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기대수명은 20세였고, 고대 로마인은 27세였다. 20세기 초 미국인도 48세였고, 최근에서야 인간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 하지만 구글이 세운 바이오 기업 칼리코가 노화연구에 집중 투자해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시키는 프로젝트를 밝힌 바 있다. 암에 걸리지도 않고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벌거숭이두더지쥐와 발효세균인 효모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황당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생명 연장을 향한 목표는 창대해 보인다.

▦ 동물 중에서는 대양복합조개가 450년의 장수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 세계에는 불로초(不老草)가 희망이다. 하지만 무병장수가 최선일 것이다. 문제는 나이와 행동거지가 걸맞지 않을 때다. 명기 황진이의 유혹을 뿌리쳤다는 서경덕의 시조가 교훈적이다.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는다. 내 늙을 적이면 넌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좇아 다니다가 남 우일까 하노라.” 몸은 늙어도 마음은 여전히 황진이를 향하니 행여 실수라도 하는 날엔 우세스럽게 될까 걱정한 듯하다. 남녀 모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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