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5인분 친구와 투약
119에 구조 요청했다 덜미
평소 영화 등에서 마약 투약 장면을 자주 접한 하모(25ㆍ여)씨는 지난해 4월 문득 실제 마약을 먹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호기심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마약 관련 글을 탐독하던 하씨는 순간 관련 범죄로 여러 차례 철창 신세를 졌던 이모부 임모(55)씨를 떠올렸다. 곧 약을 구해 달라는 조카의 부탁에 임씨는 별다른 거리낌 없이 60만원을 받고 필로폰(메스암페타민) 0.25g을 넘겼다. 무직이었던 하씨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었다. “이 정도 (마약을) 먹어도 별 탈 없겠느냐”는 조카의 걱정 어린 물음에도 임씨는 “걱정 말라”며 큰 소리를 쳤다.
같은 달 13일 하씨는 친구 김모(25ㆍ여)씨와 서울 신림동 자취방에서 기어코 필로폰을 맥주에 타 마셨다. 처음엔 겁이 나 극소량만 넣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투약 분량을 조금 늘렸다. 그래도 정신이 멀쩡하자 하씨는 이모부가 가짜 마약을 팔아 넘겼다고 생각해 홧김에 남은 마약 전부를 맥주에 들이 붓고 김씨와 나눠 마셨다.
효과는 몇 시간 뒤 나타났다. 하늘이 빙빙 돌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구역질도 멈추지 않았다. 필로폰은 한 사람이 0.05g만 먹어도 환각을 느끼는데, 5인분을 한꺼번에 투약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고통을 참지 못한 이들은 결국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119 대원들은 몽롱한 상태로 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하씨와 김씨를 발견한 뒤 마약 투약을 의심, 경찰에 신고했고 두 사람은 이튿날 서울 관악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하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샀다”고 출처를 함구했다. 그러나 일주일간 경찰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이모부로부터 구매한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임씨와 아내 김모(41)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각각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수배 중인 상태였다.
경찰은 임씨 부부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데다 주소지도 일정치 않아 검거에 애를 먹다가 가족과 지인의 휴대폰을 추적한 끝에 이달 7일 신림동 자택 부근에서 부부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지인 가게의 일을 도와 주고 한 달에 100만원가량을 벌어 생활하던 임씨 부부는 용돈벌이로 필로폰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같은 날 이들을 검찰에 인계했다.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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