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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달러 시장 열린다…인보사, 올 여름 허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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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달러 시장 열린다…인보사, 올 여름 허가 기대

입력
2017.02.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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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국내 제약업계는 유례 없는 부침을 겪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로 집중됐던 기대가 개발 중단으로 한 순간에 무너졌다. 업계는 정유년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새로운 신약 기술에 목말라 하고 있다. 세계 첫 동종(同種)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시판허가를 앞둔 코오롱생명과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다.

지난 8일 서울 가산동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에서 만난 김수정(49) 연구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인보사가 기폭제가 돼 우리나라 신약개발 환경이 더 나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일본에 수출한 주역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인보사를 알리기 위해 수년 동안 국내외 학회를 쫓아다녔다는 김 소장은 인보사가 1억5,000만명의 세계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일본에 수출한 주역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인보사를 알리기 위해 수년 동안 국내외 학회를 쫓아다녔다는 김 소장은 인보사가 1억5,000만명의 세계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보사 허가를 신청한 건 지난해 7월. 심사 기간이 통상 1년 정도인 걸 감안하면 올 여름쯤 허가가 기대된다. 인보사는 독보적이다. 임상시험 결과 퇴행성관절염 부위의 통증을 줄이면서 관절이 망가지는 것도 막았다. 다국적제약사 머크가 비슷한 약을 개발 중이지만, 연골 재생 효과만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허가받은 해외 유전자치료제 8개는 모두 특정 암이나 유전병, 희귀병 치료용이다. 김 소장이 “60억달러 규모의 세계 퇴행성관절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다. 현재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통증과 염증을 줄여주는 진통제나 주사가 듣지 않으면 수술 말곤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수술을 피하고 싶은 환자들에게 인보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 소장은 내다봤다.

인보사는 구조가 독특하다. 정상 연골세포와 유전정보를 바꾼 연골세포를 섞어 만든다. 유전정보를 건드렸기 때문에 세포만 사용하는 세포치료제와 다르다. 기존 유전자치료제들이 동물세포나 환자 자신의 세포를 활용해 만들어진 반면 인보사는 손가락이 6개로 태어난 사람에게서 수술로 떼어낸 손가락의 연골세포를 채취, 배양해 사용했다. 제조법이 새로운 만큼 개발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김 소장은 “일반 화학의약품보다 유전자치료제는 임상시험 환자를 관찰해야 하는 기간도 훨씬 길다”고 말했다. 인보사 개발은 그래서 18년이나 걸렸다. 1,1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애지중지 키운 인보사의 가능성을 일본이 알아봤다. 지난해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인보사 기술이 5,000억원 규모로 수출됐다. 단일 국가 기술수출 계약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이 수출을 이끌어낸 주역이 바로 김 소장이다. 그는 “2년여의 협상 끝에 얻어낸 결실”이라고 회상했다. 협상 기간 내내 양사 간엔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본 측은 수백가지 질문을 쏟아냈고, 우리 측은 질세라 빼놓지 않고 답변을 보냈다. 그러자 일본은 이례적으로 동물실험 실사를 나왔다. 보통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실사하는 업계의 관례를 깨며 허점을 찾아내려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자체 모의실사까지 하며 철저히 대비한 덕에 문제 없이 통과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이제 그는 ‘인보사 이후’를 준비한다. 지금의 의료기술이 답을 못 찾은 만성 통증과 암을 유전자 치료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약개발은 “10년 동안 도전해도 제자리일 수 있는” 모험이다. 업계 전체가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 김 소장은 “초기 임상시험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엔 아이디어를 주면 임상시험용 약을 대신 생산해주는 기관이 여럿 있다. 덕분에 처음부터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지 않아도 약효를 시험해볼 수 있다. 국내에도 이런 기반이 있다면 신약개발이 훨씬 활발해질 것이다.

김 상무는 이제 고3, 중3이 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약도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다. “내 가족에게 쓸 수 있는 약을 만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럼 인보사를 가족에게도 맞힐 수 있냐고 묻자 김 소장은 즉답했다.“자신 있어요.”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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