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황 복잡" 변명만 거듭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획정 기준 마련 시한(13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정치권은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정치공방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또 다시 얼렁뚱땅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개특위는 이번 주 내내 공식회의 없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지금은 시간을 갖고 여야 각 당이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상대방과의 절충점 마련을 위해 조율하는 시기”라며 “겉으로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여야 간사들은 계속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정개특위가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복잡하다”고 항변한다. 지난 3월 정개특위가 꾸려진 후 선거구획정 기준 논의에 주력해왔는데, 최근 들어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원정수 문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어느 것 하나 결론내기 쉽지 않은 난제들이 얽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대1 이내로 조정하라고 판결하면서 최소 50곳 이상의 선거구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했다. 여야 의원들의 ‘밥그릇’이 걸린 지난한 싸움이 진작부터 예정됐던 만큼 아직까지 선거구획정 기준조차 정하지 못한 건 사실상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야는 자신들의 이해 관계가 걸린 정치적 주장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정작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에는 극히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개특위가) 일차로 선거구 조정에 집중해야 하는데 여야가 노림수를 가지고 갖가지 주장을 끼워 넣으면서 협상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선거구획정안이 법정시한(선거일 6개월 전) 내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 19대 총선 때까지 선거구획정안은 대체로 선거일 한달 정도를 남겨놓고서야 최종 확정됐고, 이는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고, 이번엔 특히 무분별한 의원정수 대폭 확대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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