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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은행들…해외수익 비중 고작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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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은행들…해외수익 비중 고작 4.6%

입력
2017.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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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점포 410개, 5년간 11%↑

아시아 편중…해외 순익의 84%

교민ㆍ국내 기업 대상 영업 한계

출혈 경쟁에 안정 사업만 추구

“소액대출 등 캐피털 형태로 진출해 은행업으로 영역 넓혀야”

국내 금융회사들이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선 지 50년이 지났지만 해외수익비중은 여전히 5%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 비중이 9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의 세계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 세운 점포 수는 지난 3월 기준 총 410개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말 369곳에서 11%(41곳) 증가한 것이다.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카드사 등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린 결과다.

더구나 올해는 1967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일본 도쿄에 첫 해외 점포를 세운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은 전 세계 45개국으로 뻗어갔다.

그러나 실속을 따져 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 벌이는 시원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총수익에서 해외점포수익이 차지한 비중은 4.6%에 불과했다. 국내 1위 은행인 신한은행이 12%로 나름 선전했지만 KB국민은행은 고작 3.8%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이 비중이 54%에 달한다. 금융 역사가 오랜 선진국의 금융회사들과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을 외친 지 수십 년이 됐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점포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총 7,9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83억원(33.3%) 증가한 것도 실은 빛 좋은 개살구다. 이 중 절반은 부실채권 회수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것이다. 해외점포 순이익 추이도 2014년 58억달러, 2015년 49억달러, 2016년 65억달러 등 매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이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아시아(67.8%)에 편중돼 있다. 그 중에서도 리스크가 높은 중국(16.1%)과 베트남(11.5%) 비중이 크다. 이 지역이 성장 시장인 측면도 있지만 금융회사별로 큰 차이 없이 대부분 교민이나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적잖다. 지난해 국내 금융사가 거둔 해외 순이익의 83.7%인 5억5,000만달러도 아시아지역에서 나왔다.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은 베트남 금융당국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베트남에 진출할 때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베트남 당국자는 “한국 금융회사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들어오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 중 지방은행 4곳을 뺀 10곳은 모두 베트남에 진출했다. 우리끼리 출혈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영업망이 아시아에 집중된 탓에 이 지역 경기가 휘청거릴 경우 국내 금융사가 덩달아 타격을 받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금융회사들은 각국 정부의 규제가 커 성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인가를 받는 데에 수년간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곳도 적잖다. 그러나 실질적 이익이 될 만한 사업에 도전하기 보다 안정적 사업만 추구하는 경향도 없잖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무리하게 은행업 인가를 따려 하기 보다 처음엔 소액대출 등 캐피탈 형태로 진출해 차차 영역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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