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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청년수당 논쟁: 한 치 앞만 보는 사회

입력
2016.08.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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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서울시의 싸움이 결국 법정으로 넘어갔다. 다음 달부터 청년수당 지급이 중단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당사자들에게 대안을 내놓았다. 일부에게는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부에겐 교육 기회를 준다. 1대1 면접 과외와 인사담당자 면접 특강, 자소서 컨설팅을 제공한다. 구직 청년 중 공직 희망자에겐 공공독서실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정책은 골 아프게 또 원점이다. 청년수당 논쟁은 또 한 번 청년에게 성장의 기회를 빼앗았다. 이 사회는 청년의 ‘성장'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청년의 ‘취업교육'만 합리적인 투자라고 계산한다. 그 계산 덕분에 청년은 또 면접 과외와 독서실을 오가며 ‘취업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우리 사회 공부 중독과 청년 실업 대책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일자리 부족을 공부 뺑뺑이를 돌리는 것으로 때우고 있다”고. 청년 실업 대책의 대부분이 공부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인턴제, 취업성공패키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청년에게 인턴 자리를 내주고 사회 공부를 시켜주면 인건비를 지원한다. 취업 성공 패키지는 청년이 간호조무사, 기술자격, IT, 웹 디자인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단계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가가 통제하는 교육 시스템 안에서 취업 능력을 키우는 게 공통점이다. 여기서 소외되는 것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장이다.

청년 수당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었다. ‘국가가 정한 기관에서 교육받을 필요 없다. 네 성장을 위해 50만원 써라. 어떤 식의 활동을 할 건지 알려달라. 영수증도 첨부해서.’ 그것 빼곤 차별점이 없다. 돈? 서울시 1년 예산의 0.03%인 90억을 투입했다. 많은 돈 같겠지만 고용노동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지난해 예산 중 99억을 못 쓰고 남겼다. 많은 돈 아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으로 매월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인턴제는 기업이 인턴을 정규직 전환시키고 6개월간 고용을 유지하면 달마다 65만원을 기업에 준다. 1,941억원의 기금을 이렇게 쓴다. 다를 게 뭔가. 그런데 2009년에서 2011년, 정규직으로 전환된 청년 중 85%가 자발적으로 사직했다. 효율로 따져도 남는 게 없다.

인턴을 쓰는 기업이나 정부가 감독하는 교육 기관을 통해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청년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월등히 나을 이유가 있는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은 수능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만큼 근시안적이다. 취업 능력이란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취업 능력이란 것이 단순히 면접 잘 봐서 단기 일자리 따내는 능력만을 말하는가, 아니면 자기 성장을 통해 ‘업’이란 걸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하는가.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기 삶에서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개인. 그런 개인이 많아져야 이 사회에 단순히 취업이 아니라 ‘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도래하는 지금, 우리에겐 단기적 ‘취업’만을 고민하는 사람이 필요한가, 아니면 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필요한가.

일본의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은 히키코모리(은둔 외톨이)와 니트(구직포기자)를 지원한다. 청년의 불안정 노동과 자립문제를 다룬다. 이곳의 이와모토 마미 씨는 “경기를 좋게 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이들이 일하게 되면 청년의 자립 문제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자립은 성장에 대한 욕구이고, 마음가짐이다. 청년수당 논쟁은 청년들에게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메시지를 던졌다. 나태하고 무기력한, 현금을 주면 위험한 세대. 청년 수당 당사자인 박향진 씨는 “사람의 일은, 또 삶은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근시 사회에 산다. 한 치 앞만 보는 사회.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조소담 비트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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