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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원인이 여성 상담원들 폭행… 고용부 ‘뒷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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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원인이 여성 상담원들 폭행… 고용부 ‘뒷북 대응’

입력
2018.05.17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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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요원 확충 등 수습 나서

“오래 전부터 문제 제기했는데…

일 커지자 겨우” 비난 목소리

수도권의 지방고용노동청에서 민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김모(38)씨는 최근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발신인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었기 때문. 장관이 취임사나 신년사 외에 고용부 전 직원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다. 서한은 “지난달 목포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2명이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근무환경을 살피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봤고,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며 일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고용센터나 노동청 민원실은 악성 민원인들의 위협이 일상화된 곳이라 터질 일이 터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16일 고용부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목포고용노동지청 산하 목포고용센터에서 임모(36)씨가 여직원 2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씨는 취업훈련 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이전에 상담했던 여직원에게 분풀이를 하러 갔다가 자리에 없자 다른 여직원들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민원실 옆 통로를 통해 창구 안으로 들어가 여직원 2명의 머리와 상체를 수 차례 때렸다. 당시 민원실에는 보안요원도 없이 여직원 서너 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5분 가량이 지난 뒤에야 다른 층에 있던 남자 직원이 달려와 임씨를 제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직원 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타박상 등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가 최근 업무에 복귀했지만 현재까지 신체적ㆍ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경찰 조사에서 “취업훈련 수당을 받지 못해 화가 나서 그 동안 전화 상담을 했던 여성 상담원을 찾아가서 분풀이를 하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임씨는 정해진 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않아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40개 센터에만 있는 보안요원 전체(100개) 센터 배치 ▦폐쇄회로(CC)TV 및 비상벨 확대 설치 ▦직원 보호를 위한 창구 배치 구조 개선 등 후속 대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시원찮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고용센터 직원 및 근로감독관 등 민원 업무 담당자들이 폭언과 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일이 커지자 뒤늦게 나섰다는 비판이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주로 여성 상담원에게 폭언이나 폭행이 집중되는 데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고용센터 직원들 사이에선 상당하다. 김성규 고용노동부 직장협의회장은 "임씨가 이전에 교육을 받기 위해 센터를 방문하면서 소수의 여직원들 위주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여직원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센터의 특성상 악성 민원인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경비 시스템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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