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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현장 석면 공포엔 정부는 여전히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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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현장 석면 공포엔 정부는 여전히 뒷짐

입력
2017.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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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막 설치ㆍ폐기물 이중처리 등

안전관리법 제대로 안 지켜

정부 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

검사 의료기관 111곳으로 확대

상반기에만 220명 환자로 인정

“피해자 발굴에 더 적극 나서야”

지난달 경기 과천의 관문초등학교 인근. 재건축을 위한 아파트 철거 과정에서 주민들은 석면 공포에 떨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조사 결과, 자재에서 석면농도가 25~35%로 분석돼 석면사용 금지 함유기준 상한선(1%)을 수십배 웃돈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장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서류만 보고 철거를 허용했다.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점검도 없었다. 결국 아이의 건강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시위까지 나서야 했다. 과천시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 이후에야 뒷북 조사에 나섰다.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증 등 치명적인 질병을 부르는 석면은 잠복기간이 10~40년에 이른다. 환자조차 석면으로 인한 질환인지 명확히 알기 힘들다. 4일 정부가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 수를 55개에서 111개로 늘리는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석면 피해 대응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09년부터 석면자재 사용이 금지됐고, 2012년 석면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학교ㆍ학원ㆍ대형건물 등에 대대적인 석면실태 조사가 실시돼 석면 노출이 우려될 경우, 보수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건물철거 과정에서 광범위한 석면노출 문제는 제대로 대응이 되지 않고 있다. 석면안전관리법 등은 석면 해체 작업 시 차단막을 설치하고 석면 폐기물은 2중 비닐에 싸서 바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 4월 부산 거제 2구역 재개발 정비구역에서도 석면노출을 규탄하는 시위가 있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과거에는 석면 공장에서 일을 하는 등 직업적 요인으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재개발 현장이나 학교에서의 석면 철거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다”면서 “석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날리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일단 정부가 석면질환 검사 의료기관을 111곳으로 늘린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석면피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5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지자체에서 비용을 바로 지불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비용을 지불한 뒤 지자체에 청구하는 방식이어서 의료비를 환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단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피해자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장지열 석면 피해자와 가족협회 위원장은 “질병 검사 병원 확대와 치료비 후불제는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 왔던 사항”이라며 “다만 환자들이 자신이 석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이후 7년째에 접어들어 올해 상반기에만 220명이 피해를 인정받는 등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신청자에 한해 피해여부를 판단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 등 피해자 실태조사는 석면 광산이 있었던 곳이나, 공장 인근 중심으로 일부 지자체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최예용 소장은 “충남, 부산 등 이외의 지역에서 석면 환자가 발견되는 케이스는 주로 호흡기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지정 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하는 경우”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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