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철환
특파원

조영빈 기자

등록 : 2017.04.27 15:03
수정 : 2017.04.27 20:19

美, 北 최대 압박 속 마지막 ‘대화의 문’

트럼프 新대북정책 기조 “경제ㆍ외교압박 높여 북핵 포기 유도”

등록 : 2017.04.27 15:03
수정 : 2017.04.27 20:19

"북핵, 최우선 처리해야 할 이슈”

2~3년 시한부 ‘非군사 압박작전’

틸러슨, 오늘 안보리 회의 주재

北 ICBM 발사 징후 땐 선제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6일 내놓은 대북정책의 골자는 경제, 외교적인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심 끝에 군사옵션(선제타격)을 후순위로 돌리고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협상(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확정했다.

미국 정부는 2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추구를 ‘시급한 국가안보 위협’이며 최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이슈로 규정하면서 경제제재와 외교수단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대북 기조를 발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상대로 진행된 대북 브리핑을 마친 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례적으로 내놓은 공동성명을 통해서다.

미국의 외교ㆍ국방ㆍ안보분야 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접근은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국 및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해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데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놓은 그동안의 많은 ‘호전적’ 수사들을 감안하면, 예상에 못 미치는 ‘저강도 대책’이다. 그러나 현재 추세라면 북한이 3, 4년 안에 미국이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를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정책은 시한이 2, 3년에 불과한 미국의 마지막 ‘비(非)군사 압박정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원칙을 구현한 새 대북 접근법이 군사옵션을 일단 배제한 건 매티스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군장성 출신 참모들의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언론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등 강경파 의원과 일부 보수성향 민간 전문가들은 선제타격에 무게를 두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한국을 찾은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 등 군 출신들이 인구가 조밀한 한반도 특성상 선제타격이 가져올 위험성에 주목, 대통령의 온건한 선택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과 중국의 협조를 얻어 비군사적 방법으로 북핵 포기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게 없다는 회의적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겉만 비슷할 뿐 ▦북핵 위협의 심각성 ▦대북 정책을 다루는 절실함에서 두 정권의 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 정권이 8년간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개발을 방치할 수 있었던 건 미 본토를 타격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ㆍ4년’ 임기 중 ICBM으로 미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마다 북핵은 형식적으로 거론하고 기후변화 부문의 협력을 구하는데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당면한 안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 미ㆍ중 관계의 최우선 이슈를 북핵으로 제시하고, 경제ㆍ통상분야에서 큰 양보까지 하는 등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취할 대북 압박의 강도 및 이에 동참하는 국제사회의 범위는 오바마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태도변화가 희박해 보이고 추가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를 시도할 경우 잠시 거둬들인 군사옵션을 언제라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의 외교ㆍ국방ㆍ안보 수장이 공동성명에서 대북 협상의 문호를 열어 놓으면서도 “우리 자신과 동맹을 지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의 성명에 대해 “북핵 문제가 미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표면적인 차원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이 진정성 있는, 그것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된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만 대화의 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국제무대에서 트럼프 정권의 새로운 대북 압박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참여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대북 제재 관련, 안보리 이사국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며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지구적 차원’의 제재를 주장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참석해 국제사회와 대북 문제를 논의한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4일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 오찬에 초청,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는 용납할 수 없다. 안보리는 추가적이고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 조성용으로 미국이 선제적으로 취할 외교적 압박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전제로 하는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유엔 회원국 지위를 정지시키는 방안도 가능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변수지만, 두 나라 모두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제재로는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규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북 원유공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북중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중국이 요구하는 대화 재개를 거부하고 김정은 정권이 핵ㆍ미사일 개발을 지속한다면 미국의 원유공급 중단 요청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하늘과 바다를 이용한 해외 운송로를 모두 차단, 불법거래를 막고 경제 고립을 심화하는 내용도 고려 대상이다. 북한 관영 고려항공은 김정은 일가와 북한 정권 수뇌부가 사용하는 고가의 사치품과 현금의 밀수통로로 지목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안을 계속 위반한다면, 유엔 회원국 전체가 자국 공항 이용을 금지하고 공해상을 항해하는 북한 선박을 언제든 수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운항을 금지하는 게 가능하다.

북한과 수교한 동남아와 유럽 국가들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 공관이 불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단속과 제재를 가하는 한편 ▦북한 인삼과 해산물 등 특산품 교역 금지 ▦북한 노동자의 외국 송출을 금지하는 방안들도 거론될 수 있다.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협조적 자세를 보이는 중국이 고강도 대북압박에 반대한다면, 미국이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금융기관, 기업 명단을 확보해 벌금을 물리고 법적으로 기소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비군사적 제재가 먹히지 않고 북한이 끝내 ICBM을 발사하는 단계에 진입한다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연구소 석좌연구위원은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미국 대통령은 언제라도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조영빈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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