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가혹한 수법 충격
장시간 매달고 얼음 위에 세우기 흰색 방에 집어넣고 음악 계속틀기
고문 도증 제체온증으로 숨진 사람도 "보고된 내용보다 잔혹하고 야만적"
9일 공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보고서에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 사실과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고문 수법이 다수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우선 CIA가 가장 자주 사용한 고문으로 알려져 있는 물고문의 경우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얼굴이나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손으로 피 고문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아 입과 코가 물에 잠기는 상태를 만들기도 했다. CIA가 자체 기준으로 정한 ‘고문시한’ 20분을 넘겨 30분 이상 계속해서 물고문을 가한 것은 물론,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로 알려진 구금자는 물고문을 무려 183번이나 받았다.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주로 대상자의 항문을 통해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으며, 이 행위에 대해 CIA 관계자들은 대상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효과적인 심문 방법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각 이탈’이라는 고문도 이뤄졌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낸 뒤,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색 방에 집어넣고는 매우 밝은 조명 속에서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했다.
보고서는 구타는 물론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가혹행위들도 행해졌는데 이런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폭로했다.
우선 무고한 고문사례도 많았다. CIA는 테러 분자로 의심되는 119명에 대해 고문을 가했는데, 이 가운데 26명은 사후에 잘못 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부 후다이파로 알려진 용의자는 CIA에서 ‘얼음 위에 서 있기’, ‘66시간 잠 안 재우기’ 고문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무혐의로 확인돼 풀려났다. 더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CIA가 고문 심문기법을 사용하고 4년이 지난 뒤에야 관련 사실을 최초로 보고 받았다.
고문 도중 숨진 사람도 있었다. 2002년 11월 한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에 묶인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한 뒤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옷을 벗겼는데, 고문 둘째 날 결국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미 상원 보고서는 CIA의 고문 행위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보고된 내용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며 “CIA는 구금과 심문 과정에서 법무부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것은 물론이고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의 감독 활동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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