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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더] 대출금리 뛰는데 예금금리는 왜 안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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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더] 대출금리 뛰는데 예금금리는 왜 안 오르나

입력
2018.06.20 15:10
수정
2018.06.20 2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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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확보한 예금 넘치고 창구형CD 등 자금 조달 통로 다양 이자 올리며 유치할 이유 없어

최근 미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예금금리는 그대로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자 장사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인데도 예금금리는 왜 요지부동일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8일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0.01%~0.03%포인트씩 인상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 3% 초반~4% 중반인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말엔 5%선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뛰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3.61%에서 지난 4월엔 3.69%로 0.08%포인트나 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로 묶어두고 있는데도 대출금리가 뛰는 건 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대출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 상품의 금리를 가중 평균한 값인 코픽스는 지난 5월(잔액기준) 1.83%를 기록했다. 올 들어 0.13%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 여기에 연동된 대출상품 금리도 줄줄이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예금금리다. 주요 시중은행의 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부터 딱 한 번 오른 게 전부다.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 후 약속이나 한 듯 예금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이후 추가 예금금리 인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시장금리가 상승해 조달비용이 커졌다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왜 인상하지 않는 걸까. 이는 은행들이 이미 확보한 예금이 넘치는 데다 자금조달 통로도 다양해 굳이 고객에게 추가 금리를 얹어주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예금 외에도 창구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를 팔거나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예금(4월 기준 평균금리1.79%)은 자금조달 비용이 가장 낮지만 요즘처럼 고객의 금리 민감도가 높을 땐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예금이 계획보다 더 몰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용 측면에서 예금보단 높고 채권보단 싼 창구형 CD는 필요한 만큼만 자금을 조달하는 데 매우 용이하다.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말 은행들의 창구형 CD 잔액이 28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상당한 규모”라며 “은행으로선 모자라는 자금은 창구형 CD로 편리하게 조달할 수 있어 굳이 예금금리를 높여가며 예금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예금금리도 장기적으론 시장금리의 한 축인 은행채 금리를 좇아 인상되지만 대출금리 인상 속도에 비해 상당히 더딜 수 밖에 없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없잖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사실상 주요 시중은행이 시장을 독점하는 과점 체제다 보니 예금금리가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대출금리만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여전히 저금리에 머무르자 시중 뭉칫돈은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곳과 저축은행중앙회에 5,000만원 넘게 맡긴 예금주는 6만7,888명을 기록했다. 이들이 맡긴 금액도 총 9조1,000억원에 달했다. 예금자당 보호받을 수 있는 5,000만원씩을 제외하고 보호 못 받는 돈만 계산해도 5조6,629억원이나 된다. 2년새 배 이상 커졌다. 신협, 수협, 농협 등 상호금융이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39.5%나 급증한 7,582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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