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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특수수사 기능 떼 줘야” vs “정치 중립성 담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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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특수수사 기능 떼 줘야” vs “정치 중립성 담보 못 해”

입력
2017.11.27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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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규모는

정웅석 교수 “검찰 견제 기능만 한다면

현재의 법무부안으로 충분”

임수빈 변호사 “이왕이면 규모 더 늘려야

수사 기능 제대로 할 것”

#공수처 통제는

丁 “공수처장은 야당이 추천해

정치 권력과 상호 견제 바람직”

任 “독립성 절대 보장 필요

공수처장ㆍ검찰총장 임명 달리해야”

#시점과 방식은

丁 “영구적으로 독립성 주는 건 위험

공수처도 문제 있으면 폐지해야”

任 “가능한 한 서둘러 설치

그 동안 검찰의 잘못한 부분 고쳐야”

공수처 관련 대담. 임수빈(왼쪽)변호사와 정웅석 서경대 교수. 홍인기 기자
공수처 관련 대담. 임수빈(왼쪽)변호사와 정웅석 서경대 교수. 홍인기 기자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이자 검찰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정부여당이 공수처 설치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일보는 지난 24일 서울 세종대로 본사 사옥에서 공수처 적극 추진론자인 임수빈(56ㆍ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와 신중론자인 정웅석(56)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의 대담 자리를 마련, 검찰권 견제와 새로운 권력기관 탄생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임 변호사는 검찰이 본연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수처를 신속히 도입하고 특수수사 기능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일인 만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이며, 정 교수는 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웅석 교수(정)=공수처 설치 목적은 검찰권 견제 기능과 부패수사 기능 두 가지다. 후자라면 과거 권력에 대한 부패수사가 아니라, 새로운 현재 권력층에 대한 부패수사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겠나. 애초 공수처 추진 목적은 막대한 검찰권 제어에 주안점이 있고 이는 수사기능에 대한 견제 장치를 두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수처장은 집권층이 아닌 야당이 추천해 검찰과 공수처가 정치권력 간의 상호 견제기능을 하도록 해야 바람직하다.

임수빈 변호사(임)=공수처가 두 가지 기능을 다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검찰이 정말 수사해야 할 대목에서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와 연결되는 ‘고리’가 문제였다. 그 고리가 끊어진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공수처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별수사 기능을 공수처로 이양하고, 과도하게 많았던 검찰의 부패수사 역량을 ‘형사부’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적법절차가 지켜지는지, 인권보장이 되는지를 견제 지휘 통제할 수 있다.

-공수처를 설치하면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보는가.

정=독립성이 과연 중립성을 담보해줄 것인지 의문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치 권력이 공수처라는 독립기구의 중립성을 지켜 주겠는가. 결국 최고 권력자의 의지 문제다. 대통령에게 의지만 있다면 기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만들어줄 장치부터 만들고, 그게 안 되면 비로소 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개혁은 오로지 공수처 설치가 전부인양 하고 있다. 특수수사를 하는 조직을 별도로 만들자는 건 검찰 기능, 특히 그 동안 문제가 된 특수수사 기능을 둘로 나누자는 것이다. 아예 일선 검찰청의 특수기능을 다 없애고 고등검찰청에서 맡도록 해서 한정되고 절제된 특수수사를 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임=검찰부터 똑바로 만들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특수수사 규모 줄이는 것에 동의한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때 목도한 현상이 왜 벌어졌는가를 생각하면, 검찰총장을 청와대가 임명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장은 총장과 다르게 임명해야 한다.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말이다. 수사는 검찰총장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휘하의 많은 검사들은 그 다음 인사를 생각한다. 출세하고 싶어한다. 총장뿐 아니라 결국 검사들도 청와대 의중에 부합하는 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를 설치하면, 공수처장, 차장, 공수처 검사들은 다음 인사에서 더 좋은 보직을 갈 수 있다는 출세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정=그렇다면 공수처 검사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은 인사권을 통해 특수부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안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평생, 법무부안에 따르면 9년 임기인데, 권력이 바뀌어도 이들은 평생 특수수사에만 전념하게 된다.

임=공수처가 통제가 안 될 것이란 우려는 이해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의적 권한 행사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 조직과 비교하면 사실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조직이다.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역량이 못 된다. 공수처는 또 국회와 검찰로부터 견제 받는다. 공수처가 눈엣가시일텐데 검찰이 가만 놔두겠나. 따라서 공수처 검사의 일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무부안은 공수처 검사 25명, 수사관 30명, 직원 20명 이내로 하고 있다. 규모가 적절한가.

임=적다고 생각한다. 이왕 늘릴 거면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처음에 굉장히 힘들 거다. 수사는 그냥 하는 게 아니다. 그 동안 쌓인 정보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정보가 많이 쌓여있다. 정보원을 활용해서 정보를 수집한 게 아니라, 어떤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다른 단서가 나온다. 이걸 나중에 파헤쳐 들어가면 새로운 수사를 하게 될 때가 있다. 검찰조직은 전국 조직이다. 여기에 비해 공수처는 신생 조직에 규모가 얼마 안 되는 조직이라 검찰과 경쟁이 안 된다.

정=목적에 따라 인원과 규모가 정해진다고 본다. 검찰 견제 기능만 한다면 현재 인원으로도 무방하다. 그러나 공수처가 검찰개혁 기능은 물론 특수수사기능까지 모두 가진다면 현재의 법무부 안은 인원이 상당히 적다고 본다.

-검찰과 공수처가 경쟁하게 되는 구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임=검찰과 공수처 관계가 법원과 헌법재판소 관계처럼 구성돼야 한다. 검찰도 법원처럼 전국 조직이다. 법원과 별도 조직인 헌재가 따로 있어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몇 개만 해줘도 굉장히 의미가 있듯이,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공수처가 따로 수사를 맡는 것이 중요하다. 특수부 인력 중 4분의1만 남기고 4분의3을 형사부에 분배하는 것이다. 남는 역할은 공수처 몫이다. 검찰은 축소된 특별수사 기능을 갖고 공수처와 건전한 경쟁을 하게 된다. 검사들은 공수처가 없으면 ‘누가 감히 날 조사해’ 하지만, 공수처가 생기면 ‘나도 조사 받을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하게 될 것이다.

정=그렇게 되면 경찰, 검찰, 공수처 3개 수사기관이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시장에서는 생산자가 경쟁하면 소비자는 선택권을 가진다. 그런데 수사를 당하는 국민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연루된 국민은 결국 3개 기관에 불려가게 될 것이다.

임=이중, 삼중으로 수사 받을 것이란 우려는 국민이 아닌 고위 공직자가 긴장해야 할 부분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라 일반 국민은 지금까지와 똑같다.

-공수처장을 야당이 추천하는 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정=공수처 설치 목적이 권력 견제라면, 야당 추천 처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처장을 만들 수만 있다면 공수처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통제하려면 두 권력기관장의 임명권자가 달라야 한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수처장은 야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검토해 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본다. 수사대상은 과거 정권이 아닌 현 정권 공직자들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제안을 의미 있게 본다. 문제는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다.

-이진성 신임 헌재소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판사가 공수처 수사대상에 들어간 것을 두고 사찰 우려가 있다고 한 점에 대해 어떻게 보나.

임=공수처 만든다고 미행하고 사찰한다고 우려하는데, 수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고위공직자인 판사를 수사대상에서 뺀다고 하면 그게 더 문제가 될 것이다. 판사도 잘못하면 공수처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정=권력기관은 성과를 내야 한다. 법원을 대상으로도 성과를 내려고 할 텐데 어떤 소문이 돈다면 (수사 단서) 확인차원에서 여러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수사 범위에 대한 생각은?

정=법안을 보면 공수처는 공직자와 관련된 모든 수사를 다 하도록 돼있다. 음주운전이나 일반인 폭행사건까지 하게 될 텐데, 부패와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기존 권력층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임=위원회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사의 모든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셀프 수사를 할 때 나오는 비난을 없애려는 취지에서 부여한 권한일 뿐 모든 걸 수사하진 않는다. 검사가 교통사고 낸 걸 뭣 때문에 수사하겠나.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정성 시비가 제기된다면 공수처가 수사하겠다는 거다.

-두 분이 공수처 설치엔 찬성하나 시점과 방식에는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

임=공수처가 불합리해지면 검찰과 국회와 여론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그 동안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 빨리 공수처를 만들어서 고쳐야 한다. 논의가 더 길어지면 타이밍을 놓치게 될 거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대선자금 수사하느라 검찰개혁 시기를 놓쳤다. 당시 검찰에 근무하던 사람으로서 그 때 차라리 대검 중앙수사부를 없앴으면 검찰이 이만큼 불행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잘하는 것뿐이지 검찰 전체 구조에서 빨리 수술할 수 있는 건 해줘야 한다.

정=부패 척결에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나. 더구나 국민적 지지를 받는 기구다. 공직자 비리를 척결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법치국가에선 절차도 중요하다. 권력기관을 많이 만들수록 권력은 더 통제돼야 한다. 국민 인권을 위해서다. 굳이 공수처를 신설하려면 기간을 정해야 한다. 미국 연방검사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그만두는 것처럼, 공수처도 한시적으로 실험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폐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영구적으로 독립성을 주는 건 위험한 실험이다.

진행=강철원 차장 strong@hankookilbo.com

정리=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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