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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나토군, 러시아가 발트 3국 기습 침공하면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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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나토군, 러시아가 발트 3국 기습 침공하면 못 막는다?

입력
2018.06.25 17:46
수정
2018.06.25 19:4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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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ㆍ리투아니아 등 도로 나빠

점령 소요 60시간 내 이동 불가

철도 궤간 등 인프라도 제각각

“평시 부대 이동 서류만 17종”

동유럽 라트비아 스크룬다 부근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규모 기동훈련인 '세이버 스트라이크' 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훈련에 참여한 군인들이 미 공군 소속 A-10 항공기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동유럽 라트비아 스크룬다 부근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규모 기동훈련인 '세이버 스트라이크' 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훈련에 참여한 군인들이 미 공군 소속 A-10 항공기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으로 러시아군이 기습 진격할 경우 유럽에 주둔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군이 이를 저지할 수 있을까. 현재와 같은 조건이라면 회의적이다. 독일 등지에 주둔한 나토 지상군이 발트 3국으로 진입하려면 폴란드 북동부 술발키 지역을 통해야 하는데 도로 사정이 최악이기 때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잇는 주(主) 도로는 왕복 차로를 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우회로인 지방도로 역시 상습정체 지역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랜드연구소를 인용, 이 같은 열악한 도로사정 때문에 러시아가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점령하는 데는 채 60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군과 나토군은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위협 때문에 공중지원을 받지 못한 조건에서, 지상군을 진입시켜 이 지역을 사수해야 하지만 현재 사정이라면 단시간 진입이 여의치 않다는 게 현장 지휘관들의 분석이다. 2014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기습 점령한 이후 미군ㆍ나토군의 기동성 증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열악한 도로사정과 각국의 복잡한 규정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토군 장비 이동이 지체되는 현상은 위험 수준이다. 지난해 독일 주둔 미 육군 소속 한 중대가 흑해 연안 조지아에서 훈련을 진행했는데, 사용된 장비인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훈련이 끝난 지 4개월 뒤에 수송되어 왔다

WP는 나토 회원국들의 관료주의와 냉전 해체 이후 러시아 위협이 감소했을 때 만들어진 낡은 전략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토 지상군의 기동성이 최악의 상태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지나친 규제 때문에 탱크를 적재한 트럭은 주중 야간에만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와 긴밀한 군사협력을 맺고 있는 스웨덴은 군대와 장비를 영토 내에 진입시키려면 3주 전에 통보해야 한다.

독일 주둔 미군 장비를 철도로 발트 3국에 이동시키려면 폴란드에서 열차를 바꿔 다시 적재해야 한다. 서유럽 국가들의 철도와 발트 3국 철도의 궤간(軌間ㆍ철로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내 미군 이동을 책임지고 있는 스티븐 샤피로 소장은 WP에 “독일 브레머하펜항에서 폴란드로 부대를 이동시키려면 17가지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WP는 러시아군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시 장거리 장비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99년 나토에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가입한 데 이어 2004년 구 소련 영토였던 발트 3국도 가입하면서 나토 지상군의 장거리 기동이 불가피해졌는데 이에 대한 대비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나토는 현재 10일 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을 5,000명 정도 운용 중인데, 전략가들은 이 병력을 3만명(30일 내 이동)정도로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벤 호지스 전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은 다음달 벨기에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에서 나토군 기동성 효율화 방안을 의제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이 러시아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러시아가 오판을 하지 않도록 지상군 기동력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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