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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도 소통도 없었다…보육대란 현장 허탈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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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도 소통도 없었다…보육대란 현장 허탈감만

입력
2016.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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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ㆍ유치원 원장ㆍ학부모 참석

“해결 의지 없이 여론전 펼쳐”비난

국무총리ㆍ복지부 장관도 현장 찾아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일민유치원을 찾아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일민유치원을 찾아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장관님, 잠깐만요! 이렇게 마무리 하시면 저희들은 이대로 못 돌아 갑니다.”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천동의 사립 유치원인 일민유치원 대강당.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보육기관 관계자들의 간담회가 끝날 무렵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이 장관이 보육대란의 피해 당사자인 유치원ㆍ어린이집 관계자들과 처음으로 마주 앉은 자리.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을지 시작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간담회가 진행된 40분 동안 팽팽하던 긴장감은 이 장관이“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시도교육감의 책임이라 (정부가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발언으로 자리를 마무리하려 하자 끝내 폭발했다. 이명희 회장이 “현장의 얘기를 듣는다고 해서 잠 한숨 못 자고 달려 왔는데 결국 어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했던 얘기를 되풀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간담회가 열린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 듣고 인근 유치원에서 달려온 한 사립유치원 원장도 참석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그는“아이들 곁에 있어야 할 유치원 원장과 교사가 온통 거리에 나와 있다”며 “정부가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경기지역에서 이미 보육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 자리를 찾은 유치원 원장, 교사, 학부모들은 정부가 이를 수습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왔다. 이들은 간담회 내내“정부가 당장 ‘급한 불’을 꺼달라”고 요구했다. 정영주 일민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월급일이 오늘이라 아침에 교사들에게 이 달 월급을 당분간 못 주겠다고 통보했다”며 “아이들만을 생각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읍소했고, 유옥련 이화어린이집 원장도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교사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반응은 단호했다. “허리띠 졸라매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한 교육청도 있는데 미편성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교육청에 사실상 누리과정을 편성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식이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이명희 회장이 “정부와 교육청이 싸우는 동안 아이들만 피해본다”고 가시 돋친 목소리로 항의까지 했지만, 이 부총리는 “싸우는 게 아니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전날 이 장관과 시도교육감간 만남이 고스란히 되풀이 된 모양이었다.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무위로 돌아가자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허탈감은 더욱 커졌다. 5세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워킹맘 강민정(38)씨는“결국 새롭게 나온 얘기는 하나도 없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일을 쉬고 아이를 돌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보육대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으면서 ‘여론전’을 위해 간담회를 급조한 것이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나왔다. 이날 참석자 10여명은 모두 전날인 21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야 교육부로부터 급히 간담회 참석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상인 국공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어제 오후 10시가 넘어 교육부 장관이 주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영주 일민유치원 원장도 “자정 가까이 간담회를 우리 유치원에서 열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아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누가 주도적으로 간담회를 추진했냐”는 질문에 “내 선에서 답해줄 수 없다”던 교육부 관계자는 “혹시 청와대 지침이 있었냐”고 캐묻자 “교육부 간부들이 회의해서 24시간 전에 확정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이 부총리를 비롯해 황교안 국무총리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등 고위 국무위원들은 이날 이례적으로 모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찾았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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