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슈틸리케호는 ‘정신적인 준비’를 했을까

입력
2017.03.18 04:40
0 0

야구대표팀이 최근 국가대항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무기력하게 조기 탈락하자 ‘투혼’ 논란이 불거졌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 절실함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질타였다.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는 선수나 군인 신분도 아닌데 거수경례를 한 김태균(35ㆍ한화)의 태도는 해이해진 정신력의 단면으로 비춰졌다.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도 2014년 5월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왼손으로 경례를 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이었고 한국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0-1로 패해 비난의 수위가 더 높았다. 후일 인터뷰에서 기성용은 “다친 무릎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신력’하면 생각나는 글이 하나 있다.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이 썼던 칼럼의 일부다.

‘상대를 거칠게 다루거나 부상당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는 것이 정신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멘탈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 약한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또 졌을 때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 이겼을 때 쏟아지는 칭찬을 가려서 들을 줄 아는 것이 모두 정신력의 범주에 속한다.’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정신력보다 정신적인 ‘준비’라는 생각이 든다.

오는 23일 한ㆍ중전이 벌어질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전경. 위키피디아
오는 23일 한ㆍ중전이 벌어질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전경. 위키피디아

슈틸리케호가 23일 중국대표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를 치른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대표팀 감독은 지난 13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전이 작년 10월 이란 원정에 이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지금까지 소화한 최종예선 5경기 중 ‘최악 졸전’이 이란 원정이었다. 스코어는 0-1이었지만 유효슈팅 하나 없을 정도로 완패 당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때 이란전이 더 실망스러웠던 건 결과보다 분위기에 억눌려 우리 플레이를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원정 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분위기에 선수들이 압도당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한ㆍ중전이 벌어질 장소는 창샤다. 마오쩌둥 생가가 있는 ‘신 중국의 혼’이 깃든 장소다. 경기장 이름은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이다. 중국 공산당이 선정한 10대 개국 원수 중 한 명인 허룽의 이름을 땄다. 중국축구협회가 왜 이곳을 택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사드 문제로 양국 관계가 삐걱대는 점도 슈틸리케호에는 큰 부담이다.

중국전 결과나 내용보다 선수들이 어떤 ‘멘탈’을 보여줄 지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 서재훈기자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 서재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