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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문화] 고향 대구에서 홀대 받는 천재화가 이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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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문화] 고향 대구에서 홀대 받는 천재화가 이인성

입력
2019.04.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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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구 천재화가 이인성…고택 복원 통해 이인성 부활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아소(我笑) 이인성(1912~50)이 정작 고향 대구에서 홀대받고 있다.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면적 8,30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추진 중인 대구간송미술관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인성을 재조명하는 사업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당과 주택을 합쳐 122㎡ 규모의 이인성 고택 복원은 10년 전부터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겨우 불씨를 살린 상태다. 2016년 12월 고택을 매입한 대구시는 지난해 1월 정밀실측조사, 같은해 12월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마치고 세부사업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이 이인성 화가가 직접 사용했던 팔레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이 이인성 화가가 직접 사용했던 팔레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의미 잃은 이인성 미술상… 기념비도 흔적 없이 파괴

이인성은 최근 몇 년간 대구에서 수난의 화가로 각인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인성 미술상’ 19회 시상식 후 이인성 화가의 아들인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은 이 상의 폐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펼쳤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은 전혀 관련 없는 미술전, 사진전과 함께 열렸고, 수상소감도 없이 상금전달만 하고 끝났다.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설명이다.

대구시 측은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며 “2019년이 이인성 미술상 20주년인 만큼 행사를 잘 기획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인성 미술상은 대구시가 한국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이인성 화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미술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99년 조례로 제정됐다.

2017년 11월4일에는 ‘이인성 기념비’가 중구청 봉산문화거리 정비사업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가로 70cm 세로 50cm 규모의 이 기념비는 199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의 해’를 맞아 이인성 화가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 기념비에는 ‘태평로 3가 56은 1940년 전후 이인성 선생이 작품 활동을 하였던 곳으로 그 역사성을 기념하여 여기에 표석을 세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유족 측은 “이 화가의 기일에 기념비가 사라진 것은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울분을 삼켰고, 이인성아트센터 대구본부도 성명서를 통해 “대구미술 행정의 역사인식 부재와 난개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기념비가 있던 곳에는 쇼핑백을 든 시민이 걸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5.3m의 봉산문화거리 상징 조형물이 서 있다. 당시 “동일한 크기와 내용으로 같은 자리에 재설치하겠다”던 중구청의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구와 유족간 견해차와 예산 부족 등 이유로 주춤하고 있던 지난해 7월 남구가 이천동 테마거리 사업의 하나로 25m 이인성 작품 벽화 거리를 조성하며 이인성 기념비를 세웠다.

이인성 화가가 사용했던 물품들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이인성환수위원회 사무실 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인성 화가가 사용했던 물품들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이인성환수위원회 사무실 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최우선 과제는 이인성 아카이브

고택 복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시는 2016년 12월 중구 북내동 종로초교 뒤편 이 화가가 유년생활을 보낸 고택을 매입해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개방형 고택을 복원해 이인성 예술세계의 맥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무산된 전력으로 미뤄 시의 추진의지가 중요하다. 3번의 증축을 거친 건물의 복원 시기도 결정해야 한다. 시가 소유하고 있는 이 화가의 진품이 1942년 작 ‘사과나무’ 한 점 뿐인 것도 문제다.

여기다 ‘임자년 기유월 정미일’(1912년 9월28일)인 생년월일 조차 1912년 8월28일 또는 29일로 잘못 전해지는 등 연구도 부족하다. 유족 측은 미술가의 모든 작품을 사진과 데이터로 수록해 미술품 감정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는 ‘카탈로그 레존네’(catalogue Raisonneㆍ작품의 총목록) 형식으로 포괄적인 기록보관소(아카이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인성 작품의 진위여부가 문제되지 않도록 가짜 작품목록서까지 모든 자료를 확보해야 하며, 진품을 구별할 수 있는 이채원 회장 생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인성 화가의 생년월일이 적혀있는 사주단자. 단자 오른쪽부터 이인성 화가의 단기, 서기 생년월일이 적혀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이인성 화가의 생년월일이 적혀있는 사주단자. 단자 오른쪽부터 이인성 화가의 단기, 서기 생년월일이 적혀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이인성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중구청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동안 유족과 시민단체가 직접 이인성을 부활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이인성유작환수위원회를 구성해 근대미술관 건립 기부 명분으로 국내 한 유명 기업인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진 ‘가을의 어느 날’ 등 작품 반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화가가 사랑했던 대구와 대구시민에게 작품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대구 수성구 범어로 환수위원회 사무실 한 켠에 갤러리도 마련했다. 올 1월 말에는 이 화가의 정물화에 등장하는 팔레트와 직접 사용한 물통, 붓통 등 20여 점도 비치했다. 이채원 회장은 “‘문화도시 대구’가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포함한 근ㆍ현대 인물에 대한 아카이브화가 중요하다”며 “아버지가 사랑했던 대구에 아버지의 작품을 돌려주고, 대구 시민들과 함께 향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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