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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전환점 맞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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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전환점 맞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입력
2017.08.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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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청와대, 검찰,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대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청와대, 검찰,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대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6년 만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 3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 민간인 여론조작팀인 ‘사이버 외곽팀’ 30개 팀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외곽팀 운영 목적은 4대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 글을 게재해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정부 비판적 게시물을 ‘종북 세력의 난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막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 발표는 그 동안 언론에 의해서 단편적으로 발표된 정황들을 하나로 묶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국정원 댓글 부대 운영 실태의 전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떠오르고 있다.

2012년 12월: 역삼동 오피스텔 607호 급습…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신호탄

제18대 대선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 11일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수개월 간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을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민주통합당의 의혹이 제기된 의혹의 현장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민주당과 선관위, 경찰 관계자 등이 오피스텔 거주자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류효진 기자
제18대 대선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 11일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수개월 간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을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민주통합당의 의혹이 제기된 의혹의 현장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민주당과 선관위, 경찰 관계자 등이 오피스텔 거주자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류효진 기자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운동이 한창일 때 처음 수면 위에 떠올랐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전 직원으로부터 국정원이 여론 조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측에 악성댓글 유포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가운데)이 증거물을 제출한 가운데 2012년 12월 13일 국정원 관계자들이 여직원을 경호하며 역삼동 오피스텔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측에 악성댓글 유포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가운데)이 증거물을 제출한 가운데 2012년 12월 13일 국정원 관계자들이 여직원을 경호하며 역삼동 오피스텔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선을 8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 일부 의원과 경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의 숙소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민주당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5일 뒤인 12월 16일 밤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깜짝 발표했다. 국정원 직원의 PC와 노트북 등에서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골자였다. 사흘 뒤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대선은 끝났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인 김씨가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이디 16개로 대선 관련 글에 99차례 찬반 표시를 하고 정치적 성향의 댓글을 작성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속도가 나지 않았고 사건의 실마리도 풀리지 않았다.

2013년: ‘검은 손’ 원세훈 원장과 ‘빅3’ 권은희∙채동욱∙윤석열의 등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0년 6월 24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일보 오대근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010년 6월 24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일보 오대근 기자

대선 이듬해인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3년 3월 진선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원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홍보하고 종북 좌파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적극 대처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자료를 공개하면서다. 이렇게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 현안에 개입하도록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은폐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당시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2014년 2월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은폐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당시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2014년 2월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사건 초기에 수사를 지휘했던 권은희(현 국민의당 의원)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수사를 방해하고 허위 내용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다.

2013년 10월 21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당시 여주지청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증언한 후 조영곤(앞줄 오른쪽) 서울중앙지검장 뒤로 지나가고 있다. 한국일보 왕태석 기자
2013년 10월 21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당시 여주지청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증언한 후 조영곤(앞줄 오른쪽) 서울중앙지검장 뒤로 지나가고 있다. 한국일보 왕태석 기자

민주당이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며 사건은 검찰 손에 넘어갔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했고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 규모 파악에 나섰고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아들 의혹 관련 감찰 지시를 내린 2013년 9월 13일 사퇴의사를 밝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한국일보 김주성 기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아들 의혹 관련 감찰 지시를 내린 2013년 9월 13일 사퇴의사를 밝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한국일보 김주성 기자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은 산 넘어 산이었다. 채 총장이 2013년 9월 혼외자 의혹에 둘러싸여 물러나게 된 것이다. 검찰 조직 내홍도 있었다. 윤 팀장이 수사 과정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자 조 지검장은 항명이라고 반박했던 것. 결국 조 지검장은 사퇴했고 윤 팀장도 좌천성 전보 인사 대상이 됐다.

2015년: 무죄도 유죄도 아닌 ‘파기환송’… 원점으로 돌아간 판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보수단체 애국기동단 회원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2015년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배우한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보수단체 애국기동단 회원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2015년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배우한 기자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국정원장의 1·2심 결과는 엇갈렸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원 전 국정원장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5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원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쟁점이 된 사실관계부터 다시 확정하라는 취지였다.

2017년: 검찰 수사 전세 역전 될까?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모습. 한국일보 배우한 기자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모습. 한국일보 배우한 기자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지난 3일 국정원이 원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른바 알파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 30개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TF가 파악한 외곽팀의 인원수는 3,500여명에 달하고 2012년 한 해 동안 이들에게 지급된 돈만 30억 원으로 전체 운영기간에 100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유지에 도움되는 여론조사를 특수활동비로 실시해 청와대에 보고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 직원의 댓글 공작은 대선 공작의 일부에 불과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은 이달 30일 예정된 원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자료 이첩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검찰은 적폐청산 TF가 밝혀낸 내용이 2012년 대선 당시 원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의혹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자료를 넘겨받으면 공소장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판부가 예정대로 선고하더라도 검찰은 전면 재수사를 통해 원 전 국정원장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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