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강제규 "中시장 일회성 아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입력
2016.11.11 04:40
0 0
강제규 감독은 "유명 배우가 출연하고 유명 감독이 연출하는 것만을도 중국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유명 배우가 출연하고 유명 감독이 연출하는 것만을도 중국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계의 명장 강제규 감독은 중국과는 별 인연이 없어 보인다. 1996년 ‘은행나무 침대’로 데뷔한 뒤 ‘쉬리’(1998)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충무로 산업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국내에서 한국형 상업영화 개발에 몰두한 듯 보이지만 그는 사실 감독이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중국 영화인들을 만나온 충무로의 ‘중국통’이다.

강 감독과 중국과의 인연은 1994년 ‘은행나무 침대’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판타지 시대극에 대한 정서가 강한 중국 영화계와 협업하면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리라 기대를 했고, 중국 영화계로부터 시나리오 작가를 추천 받아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강제규 신화의 시작은 대륙과 손잡으면서 비롯된 셈이다.

스타 감독이 된 뒤 강 감독과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그는 ‘천하무적’(2004) 촬영장에 들렸다가 중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불리는 펑샤오강 감독과 친분을 쌓게 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쟁 영웅을 통해 전장의 참혹과 전우애를 그려낸 펑 감독의 ‘집결호’(2007)는 전투 장면을 ‘태극기 휘날리며’ 스태프에 의지해 만들어냈다. “중국 영화계가 특수효과나 특수분장 분야에 취약하던 시절 펑 감독이 도움을 요청하고 이에 협조하면서” 이뤄진 협력이었다. ‘집결호’는 당시 중국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강 감독은 이후 펑 감독과 친분을 이어오며 지난해엔 배우 손예진이 출연한 한중 합작 영화 ‘나쁜 놈은 죽는다’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강 감독은 펑 감독으로부터 중국에서의 영화 연출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중국 인사들과 교유해 온 강 감독은 한국과 중국의 정서적 문화적 차이를 강조한다. 지리적 근접성과 오랜 역사적 관계가 무색하게 “공통분모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고 그는 주장한다. 강 감독은 “중국인들의 대화와 일을 진행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 보면 두려움이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웃음의 코드와 슬픔에 대한 느낌 등 정서가 다르기에 (중국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지에 대해)한계를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강 감독은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이 한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만과 양안관계에서도 밀접했다가도 거리를 두는 상황이 수 십 년 동안 반복됐다”며 “정치 외교 관계자들이 중국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신중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한류를 짓누르는 사드 악재는 “그냥 바라만 보며 기다린다고 저절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이 불편해 하고 아쉬워하는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자본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투자하거나 회사를 아예 인수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를 표시했다. “(콘텐츠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좀 더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좀 더 다양한 자본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감독은 한류를 타고 중국에서 활약 중인 여러 연예인들과 여러 유명 스태프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절대 일회성 접근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한국영화의 강점은 작품을 향한 영화인들의 순수한 열정”이라며 “중국과 함께 작업할 때도 그런 자세가 똑 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일 할 때는 한국에서와 달리 태만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강 감독은 “진정한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