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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의 시네마니아]제작자 출신 두 감독 추석 맞대결

입력
2015.09.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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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한 때 충무로의 중견 제작자였다. 영화 수입도 병행했다. ‘간첩 리철진’(1999)과 ‘아나키스트’(2000), ‘달마야 놀자’(2001) 등을 제작했다. 멕시코의 유명 예술영화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성스러운 피’(1989)를 수입했던 과거를 자랑스러운 이력으로 생각한다. 제작자 겸 수입업자였던 그는 연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할 수 없이 자신이 제작한 ‘키드캅’(1993)의 메가폰을 들게 됐다. 반강제로 감독이 된 셈이다. 이후 ‘황산벌’(2003)과 ‘왕의 남자’(2005) 등으로 연출 성과를 쌓았다.

장편 데뷔작 ‘서부전선’의 개봉을 앞둔 천성일 감독도 제작자다. 하리마오픽쳐스를 설립해 ‘7급공무원’(2009)과 ‘500만불의 사나이’(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소수의견’(2015) 등을 제작했다. 그는 제작자보다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이 높다. TV드라마 ‘추노’와 ‘도망자 플랜B’ 등의 각본을 맡았고, 앞에서 열거한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거나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천성일이라는 이름은 충무로에서 다재다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연출까지 맡으며 흔치 않은 제작자 출신 감독이 됐다.

이 감독과 천 감독은 이번 추석대전의 맞수다. 이 감독의 ‘사도’는 16일 개봉하며 추석 대목 선점에 나섰고, ‘서부전선’은 24일 극장가를 찾으며 명절 연휴를 정조준한다. 당사자들은 피를 말리겠으나 재능 많은 두 감독의 대결은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두 사람의 상반된 연출 스타일도 눈길을 잡는다. 제작과 연출을 겸하는 영화인은 보통 촬영 준비를 철저히 한다. 제작비를 좀 더 알뜰하게 쓰려는 생각에 현장에서의 임기웅변을 되도록 피한다. 제작과 연출을 겸해온 강우석 감독은 촬영을 마칠 때 제작비를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촬영 준비를 철저히 하고 촬영 설계도라 할 콘티를 꼼꼼히 챙기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감독은 제작자 출신다운 연출을 선보인다. 그의 영화는 낭비 없이 촬영된 흔적이 역력하다. 반면 천 감독의 영화에는 잉여가 엿보인다. 탱크의 포신으로 전투기 뒷날개를 때리는, 극적 전개와 무관한 ‘서부전선’의 장면들이 그렇다. 돈에 엄격하기 마련인 제작자 출신답지 않다. B급 정서와 자유분방한 기질이 드러난다.

제작비 거품을 뺀 영화가 시장에서까지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누린 감독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명절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올 추석 극장가의 숨은 관전포인트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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