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英 심장 공격 당했다…“의회에 있던 총리 노린듯”

알림

英 심장 공격 당했다…“의회에 있던 총리 노린듯”

입력
2017.03.23 17:01
0 0
22일 영국 런던의 국회 의사당 앞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죽고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구조를 위해 응급헬기가 도착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22일 영국 런던의 국회 의사당 앞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죽고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구조를 위해 응급헬기가 도착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지옥이 따로 없었다.”

22일(현지시간) 오후 2시 40분 관광지로 유명한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 남성이 회색 차량(현대 i40 추정)을 몰고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를 지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평화로웠다. 관광객들은 다리 위에서 영국을 상징하는 시계탑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바빴다.

하지만 차량이 시속 50㎞가 넘는 속도로 의사당을 향해 다리 위를 거칠게 달려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남성이 탄 차량은 다리 위에서 여러 차례 인도 위를 넘나들며 행인들을 덮쳤다. 한국인 5명을 포함해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이를 목격한 이스마일 하산(45)은 “처음에는 차가 균형을 잃은 줄 알았는데, 사람들을 치기 위해 지그재그로 운행한 것이었다. 세 차례 이상 인도로 차가 올라섰다”고 말했다.

차량이 다리를 건너 국회의사당 출입구 근처 기물을 들이박은 뒤, 남성은 길이 20㎝가량의 식칼을 들고 차에서 내려 정문 쪽으로 달려가 그대로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이를 막아섰던 경찰관 1명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 범인은 곧바로 다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사살됐다. 목격자인 리키 롱레이(50)는 “경찰관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턱수염이 난 남성이 내 어깨 쪽을 스치듯 지나갔고 경찰을 칼로 찌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초기 단순 교통사고로 알았던 행인들은 남성이 칼을 들고 차에서 내리자 앞다퉈 도망쳤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 영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유럽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는 웨스트민스터궁이 영국 역사는 물론 정치의 중심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디언은 “영국 민주주의의 심장, 아마도 총리를 겨냥한 테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하원에서 질의응답을 마치고 의회 로비에 서 있었다.

런던경찰청은 이번 테러로 용의자를 포함 총 4명이 숨졌으며, 4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23일 새벽까지 부상자 중 29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 중 7명은 중태다. 부상자들은 모두 범인이 인도로 차를 몰았을 때 차량 혹은 다리 난간에 부딪히며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부상자는 관광객 5명으로 60대 후반 여성 1명은 쓰러지면서 난간에 머리를 부딪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넷은 간단한 치료 후 퇴원했다. 부상자 김모(69)씨는 “갑자기 뒤에서 승용차들이 ‘쾅’ 부딪히는 소리가 나 난간 쪽으로 몸을 피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회상했다. 당시 총 23명의 한국인이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와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생한 트럭테러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모두 정부기관 등이 아닌 일반인을 겨냥한 ‘소프트타깃’ 테러이며 이른바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범행이다. 중화기가 아닌 누구나 쉽게 손에 넣고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한 점도 비슷하다.

사살된 테러범은 영국 켄트주에서 태어나 중서부 웨스트미들랜즈주에 살던 칼리드 마수드라는 52세 남성이라고 런던 경찰은 밝혔다. 마수드는 과거 상해, 흉기 소지 등 수차례 범법 행위로 기소된 전력이 있지만 최근에는 대테러 정보 당국의 감시선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었다. 런던경찰은 앞서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보이지만 극단적 무장단체가 배후에 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같은날 선전매체를 통해 “IS의 전사가 런던 테러를 수행했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지난해 ‘폭탄이나 총을 쓸 수 없으면 차로 돌진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어 유력한 테러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IS 지지자들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테러를 ‘영국의 시리아와 이라크 폭격에 대한 복수’라며 환호하고 있다. 한 추종자는 ‘피에는 피’라며 빅벤이 폭탄 공격을 받은 합성 사진을 올리기까지 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