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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새우 샌드위치 타고 슬라이딩을

입력
2017.01.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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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번역 일을 하고 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며칠째 잠이 영 부족하다. 저녁도 건너뛰고 일을 하던 중 ‘새우 샌드위치를 타고 슬라이딩을 하는’ 장면과 맞닥뜨렸다. 새우 샌드위치를 타고 슬라이딩을 하다니. 이건 무슨 소리람. 쭉 읽어보니 스웨덴의 속담이다. 스웨덴의 특권층들이 그들이 가진 재물과 권력을 이용해 뭐든 쉽게 이루고 마는 것을 꼬집는 말이었다. 남들이 걷거나 뛸 때 새우 샌드위치 위에 걸터앉아 쭉쭉 미끄러져 내려가기만 한다면 그거야 식은 죽 먹기지. 요즘 우리나라에도 새우 샌드위치가 몹시 기승이다. TV만 켜면 새우 샌드위치를 탄 이들이 자꾸 얼굴을 디밀어, 지켜보는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다. 전화 한 통만 걸면 명문대에도 입학하고 학점도 거저 받고, 돈 달래서 돈 주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이 주머니로 쑥쑥 들어오고, 군대 보직도 내 맘대로 골라 가고, 청문회 가기 싫으면 안 가고 헌재 가기 싫으면 안 가고,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아침에 전복죽 먹으려고 영국까지 활전복을 실어갔단다. 조선시대에도 임금님 드실 건 수라간에서 따로 관리했다는데 대통령께 당연하지 않느냐 되물었다는 행정관의 대답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누가 그들에게 새우 샌드위치를 내주었나. 세금을 낸 적은 있지만 그걸로 그들의 샌드위치 값을 내라 한 적은 없었는데. 스웨덴 국민들도 그런 꼬락서니를 보고 될 대로 되라, 어느 정도는 포기한 모양인지 그 나라의 유명한 요리사 한 명은 자신이 파는 새우 샌드위치에다 ‘신들을 위한 요리’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새우 샌드위치 슝슝 타고 법망을 잘도 빠져나갈 한국의 금수저들 때문에 속이 다 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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