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축구 남자대표팀이 배워야 할 여자축구, 아시안컵 본선행

알림

축구 남자대표팀이 배워야 할 여자축구, 아시안컵 본선행

입력
2017.04.11 21:36
0 0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4-0으로 꺾고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C 제공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4-0으로 꺾고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C 제공

한국이 2018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윤덕여(56)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11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지소연(26ㆍ첼시 레이디스)이 두 골을 터뜨렸고 유영아(29ㆍ구미스포츠토토), 조소현(29ㆍ인천현대제철)이 한 골씩 보탰다. 한국은 3승1무(승점)로 북한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한국 +20, 북한 +17)에서 앞서 조 1위에만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따냈다.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밟기까지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2018 요르단 아시안컵은 8개국이 참가하는데 시드를 받은 일본과 중국, 호주 그리고 개최국 요르단이 본선에 직행했고, 남은 4장을 놓고 19팀이 4개 조로 나뉘어 예선을 벌였다. 한국과 북한은 예선을 치르는 나라 중 가장 랭킹이 높아 다른 조에 배정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을 깨고 한 조에 묶였다. B조의 모든 경기를 평양에서 치르겠다고 대회를 유치한 북한이나 한국 모두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는 남북을 포함해 우즈베키스탄, 인도, 홍콩 등 5팀이 참가했다. 여기서 1위를 차지해 아시안컵 본선에 나가서 5위 안에 들어야만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다. ‘한국 여자 축구의 미래가 평양에서 달라진다’는 말까지 나온 배경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인도, 홍콩의 전력은 한참 처지기 때문에 7일 남북전이 사실상 결승이나 다름 없었다. 북한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까지 북한과 17번 만나 단 1번만 이기고 2번 비기고 14번을 지는 등 철저히 열세였다.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관중의 일사불란한 응원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윤덕여호는 치밀한 준비로 적지에서 쾌거를 이뤘다.

북한 관중의 응원에 대비해 한국은 전남 목포 전지훈련 기간 동안 소음 훈련을 병행했다. 대표팀 비디오분석관이 유튜브에서 북한 주요 홈경기의 응원 소리를 추출해 훈련장에 마련한 6개의 스피커로 틀어놓고 담금질을 해왔다. 남북전은 최소한 무승부를 거두고 골득실차로 북한을 따돌리겠다는 전략도 주효했다.

지난 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평양=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난 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평양=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무엇보다 선수들의 뜨거운 투지와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남북 맞대결 당일, 북한 선수들은 경기 직전 “찢어 죽이자”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안방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가겠다는 노림수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죽고 들어오자”며 대차게 맞섰다. 전반 5분 북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김정미(33ㆍ인천현대제철)의 얼굴을 상대 선수가 가격하자 수비수 임선주(27ㆍ인천현대제철)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처럼 양 팀 선수들이 엉겨 붙어 날카롭게 신경전을 벌였다. 교체 투입된 뒤 왼팔이 빠졌던 정설빈(27ㆍ인천현대제철)은 공동취재구역에서도 팔을 움켜쥐고 버스에 올랐다. 주장 조소현은 동료 선수를 업고 나왔다. 이번 대회 단장 자격으로 평양에 간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한국에 생중계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 경기가 중계됐다면 많은 국민들이 여자축구의 가치를 알고 사랑해줬을 것이다. 실력과 기술도 훌륭했지만 정신력이 대단했다. 가슴 찡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다른 관계자도 “이날 경기를 (최근 부진한) 남자대표팀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

공동취재단ㆍ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