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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궤적 100m 단위까지 예고… 미사일 기술력 공인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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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궤적 100m 단위까지 예고… 미사일 기술력 공인 노려

입력
2017.08.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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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상공 차례로 침범하면

양국 영공 침해 논란 불러

공조 틈새 벌리려는 노림수

단 4발로 괌 포위하기엔 역부족

이동발사차량 모자라는 상황서

동시 발사 능력 한계도 드러나

북한이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연일 위협하고 있는 화성-12형 미사일이 지난 5월 14일 상공으로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연일 위협하고 있는 화성-12형 미사일이 지난 5월 14일 상공으로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9일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데 이어, 10일에는 화성-12형 미사일 4발을 발사해 일본 열도를 지나 괌 주변 30~40㎞ 해상에 떨어뜨리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비행궤적과 발사방식을 미리 공개한 것은 미사일의 정확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한미일 3국 공조의 틈새를 벌리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포위사격은 연막, 미사일 정확도 확보가 초점

북한이 주장한 포위사격과 유사한 작전용어는 포위섬멸이다. 적의 퇴로를 막고 둘러싼 채 화력을 퍼부어 전멸시키는 방식이다. 북한용어로는 첨입(尖入)돌파, 즉 특정지점에 전력을 집중시켜 뾰족하게(尖) 뚫고 들어가(入) 공략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이 괌 사격에 동원한다고 밝힌 화성-12형 미사일은 고작 4발이다. 수십 발을 연달아 발사하지 않는 한 미국의 막강 전략자산이 집결해있는 괌을 공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괌은 북한 원산을 기준으로 3,300㎞나 떨어져 있어, 미사일이 날아가는 십 수분 동안 방어할 시간도 충분하다. 또 괌에는 요격망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배치돼 포위사격이라는 개념 자체가 억지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정황에서 북한의 괌 포위사격은 선전구호에 불과하다.

반면 북한이 밝힌 미사일의 비행궤적은 꽤나 구체적이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10일 “화성-12가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소수점 이하 100m 단위까지 예측할 정도로 정확도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대체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늘어나면 오차가 커져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300㎞ 정도 날아가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오차는 1㎞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5월 이후 화성-12형과 화성-14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며 사거리를 5,000~1만㎞로 비약적으로 늘렸지만, 한미 당국은 여전히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포함한 정확도에 의심을 품고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괌을 향해 동시에 4발을 발사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화성-12형을 쏠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북한은 최대 20여대 정도의 TEL을 서로 다른 중장거리 미사일에 돌려쓰고 있어, 화성-12형 동시발사 능력이 4발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일본 상공 침범해 분열 야기

북한이 실제 괌을 향해 화성-12형을 쏜다면 궤적상 한국의 영공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일본 열도를 통과한다. 북한은 이날 한국은 쏙 뺀 채 “일본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영공 침해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2012년 북한이 동창리에서 은하-3호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4월 1차 발사 때는 상승단계에서 폭발한 동체가 백령도 상공 151㎞까지 솟구쳤고 12월 2차 발사 때는 백령도 상공 180㎞를 지나 일본 오키나와(沖繩) 상공 473㎞를 넘어섰다. 이를 놓고 한일 양국의 여론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번지면서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영공은 통상 대기권(고도 100㎞)까지를 지칭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영토의 상공으로 무한대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해상요격체계 SM-3는 최대 500㎞ 고도에서 미사일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이 대기권 위로 날아간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다. 특히 북한이 지난 5년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눈에 띄게 발전시킨 만큼, 또다시 한일 양국의 영공을 침해한다면 논란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괌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 결국 한미일 3국을 모두 겨냥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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