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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처럼 되고 싶은 트럼프 vs ‘덩샤오핑’ 마음에 품은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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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처럼 되고 싶은 트럼프 vs ‘덩샤오핑’ 마음에 품은 김정은

입력
2018.06.11 18: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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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힘을 통한 평화’ 추구

소련 변화 이끌어 냉전 종식 평가

덩샤오핑, 중국 개혁ㆍ개방 대명사

체면보단 실리 중시도 ‘닮은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12일 세기의 담판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벼랑 끝 전술’의 달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모 아니면 도’ 식의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만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성격의 지도자다. 때문에 두 정상의 대화 도중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이번 회담의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닮은 꼴’ 협상 스타일이 북미 간 역사적 합의의 도출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1~1989년 재임)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을 종식시켰다고 평가받는 레이건 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했고, 그 결과 소련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 위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접근법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제재는 물론, 군사 옵션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최대 압박’ 전략으로 북한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북한이 먼저 미국에 정상회담 제의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선 제압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아예 판을 깨 버리기도 한다. 사업가 특유의 ‘본능’에 의존,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과거 관성대로 미국을 비난했을 때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 북한이 한 수 굽히고 들어오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파트너들에 따르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도 그가 주요 비즈니스 거래에서 보였던 것과 접근법이 똑같았다”며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면서 다소 뻔뻔하고 벼랑 끝 전술까지 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방에 무작정 압력만 가하는 건 아니다. 트럼프그룹 전직 임원인 잭 오도넬은 “트럼프가 거래를 열망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라는 말을 종종 한다”며 “이는 그가 무언가를 원한다고 마음을 굳히면,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CNN에 전했다. 사업가 출신답게 ‘주고받기(give and take)’에 능하다는 말이다.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등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삼길 원하는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에게 북한 체제 보장 등의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해 34세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대 후반에 급작스럽게 북한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때문에 올해 초만 해도 국제 무대 경험이 전무하던 김 위원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하던 시각이 많았다. 지난해 정부기관 분석에서는 극복이 가능한 수준의 위기를 해결해 나가며 스스로 도취되는 자기애적 성격의 ‘나르시시스트형 지도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탈북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지만, 두뇌와 논리가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중국 개혁ㆍ개방의 대명사 덩샤오핑(鄧小平)의 행보와 닮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사회주의식 경제노선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것부터가 덩샤오핑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전용기가 아닌 중국이 제공한 항공편을 탈 정도로 체면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도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을 떠오르게 한다.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서한을 보내자 사과문에 가까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발표한 것도 선대 집권자들에게는 없었던 모습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서 예전에 없던 유연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고 체면을 내세우지 않는 그의 유연성이 북미 정상회담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력도 어느 정도 겸비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외교 첫 데뷔무대였던 3월 북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두 차례의 남북ㆍ북중 정상회담에서 내비쳤던 김 위원장의 모습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 접견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똑똑하며 달변이고 실무자들이 건넨 ‘말씀자료’를 거의 읽지 않고 즉석에서 대화했다”며 “한반도 정세를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대면해 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복잡한 토론에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12일 회담장에서도 ‘승부사’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지만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거란 예측이 대다수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그의 협상 스타일이 노련한 사업가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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