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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중국 사이 몸값 높이는 김정은의 ‘시소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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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중국 사이 몸값 높이는 김정은의 ‘시소 외교’

입력
2018.05.1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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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재방북 일정 앞두고

시진핑과 다롄회담 기획한 듯

대미 협상력 높이려 ‘밀월 이벤트’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선물’ 준비

핵담판 걸림돌 제거해 진정성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8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9일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북미 정상회담 공식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지평이 하루사이 미국과 중국을 넘나들고 있다. 7, 8일 중국 다롄(大連)을 찾아 시 주석과의 회동을 통해 대미협상력을 키우더니 하루 뒤 폼페이오 장관을 평양에 받아들여 막판 비핵화 협상 의제 조율을 시도했다. 8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전화 통화를 하고, 9일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등 북핵 담판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금 북한으로 가는중”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됐다. 시간과 장소 모든게 선택됐다”며 사실상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마지막 의제조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은 다분히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방북일정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일정은 최소 수일전 잡혀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이 미국과는 북미정상회담 일정ㆍ의제 확정을 위한 만남을 준비하는 동시에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중 밀월과시용 외교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던 셈이다.

아직 북미 간의 샅바 싸움은 현재진행 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행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세계가 경제적 압박 완화를 강요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전날 시 주석과의 회동을 통해 ‘동시적이고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철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핵무기 사찰과 검증부분에서 북한에 강한 요구를 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교착상태”라며 “김정은의 방중은 이 같은 교착을 풀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계기로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석방한 것은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인질 석방을 통해 자국 인권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오르는 것을 막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비핵화 공언의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국내여론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인질석방이라는 이벤트가 절실하다. 양국이 이런 식으로 북미 핵담판의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의 이 같은 결단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매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다롄 회동에서 북중 관계를 ‘순치(脣齒)의 관계’로 띄우면서까지 시 주석이 북한의 대미협상력을 높여준 만큼 김위원장이 미국요구를 호락호락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북미 핵담판을 통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에는 아직도 살얼음판이 가득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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