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2개의 지역구가 늘어나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의 정치적 중요도는 한층 격상된다. 여야 지지의 균열이 없는 영호남과 강원은 5석 줄어든 지역구만큼 같은 지지층을 두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최종 획정안에 따르면, 수도권은 10석이 증가한다. 서울은 중구가 성동갑ㆍ중구ㆍ성동을로 분할되지만, 강남갑ㆍ을과 강서갑ㆍ을이 각각 병 지역구를 하나씩 더 가지게 되면서 1석이 늘어난다. 성동의 경우, 구 지역구인 중구(정호준ㆍ더불어민주당), 성동갑(최재천ㆍ무소속), 성동을(홍익표ㆍ더민주) 모두 야권 국회의원이 현역이라 분할 이후에도 야권 강세가 점쳐진다. 최재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성동갑의 판세는 예측불허라는 관측이 많다. 강서 지역은 갑(신기남ㆍ무소속) 을(김성태ㆍ새누리당)이 여야로 나뉘어 있지만, 신 의원의 더민주 탈당과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병 지역의 특수성으로 3곳 모두 여야의 불꽃 튀는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생 강남병은 여당 강세 지역이다.
9석이 늘어난 경기·인천은 예측 자체가 어려운 접전 지역이 대부분이다. 수원(현행 갑·을·병·정), 남양주(갑·을), 화성(갑·을), 군포, 용인(갑·을·병), 김포, 광주 등에서 1개씩 총 7개의 선거구가 추가됐다. 여기에 양주·동두천(정성호·더민주)과 포천·연천(김영우·새누리), 여주·양평·가평(정병국·새누리)의 3개 지역구가 양주, 동두천·연천, 포천·가평, 여주·양평 등 4개 지역구로 분할·확장됐다. 인천도 연수(황우여·새누리)가 갑·을로 나뉘면서 1석이 더 증가했다. 획정안 통과시 수도권은 경기·인천(73석)과 서울(49석) 등 총 122석으로,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절반 가까운데 48.2%를 차지하게 된다.
충청 지역은 2석이 늘면서 대표성이 강화됐다. 대전 유성(이상민·더민주)이 갑·을로 분구됐으며, 충남 천안 갑(양승조·더민주)·을(박완주·더민주)이 갑·을·병으로, 아산(이명수·새누리)이 갑·을로 각각 늘어났다. 대신 공주시(박수현·더민주)와 부여·청양(이완구·새누리)이 1개의 선거구로 묶였다. 분구 지역은 모두 고속철도(KTX)의 발달로 외부 인구 유입이 늘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이들의 표심 확보가 승부의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여당 강세 지역인 경북과 강원은 각각 2석, 1석이 줄었다. 경북은 문경·예천(이한성)과 영주(장윤석)가 합쳐지면서 두 새누리당 다선 의원의 정면 승부가, 군위·의성·청송(김재원)과 상주(김종태)도 새누리당 내 공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9개 지역구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던 강원은 홍천·횡성(황영철) 중 홍천이 철원·화천·양구·인제(한기호), 횡성이 태백·영월·평창·정선(염동열) 지역구로 쪼개지면서 1석이 줄었다. 강원 역시 현재까지 마땅한 야당의 대항마들이 없어 여권 내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북은 각각 1석이 줄어든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더 복잡한 선거 구도가 형성됐다. 전남은 장흥·강진·영암(황주홍·국민의당) 지역 중 영암이 무안·신안(이윤석·더민주)으로, 장흥·강진이 고흥·보성(김승남·국민의당)으로 묶였다. 황 의원은 현재 지역구 내 지지도가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장흥·강진이 추가된 김승남 의원 지역구로 공천을 신청할 계획이다. 전북은 정읍(유성엽·국민의당), 남원·순창(강동원·더민주), 김제·완주(최규성·더민주), 진안·무주·장수·임실(박민수·더민주), 고창·부안(김춘진·더민주)의 5개 선거구가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로 통합돼 1석이 줄었다. 다만 김춘진 의원이 김제·부안 지역 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유성엽 의원과의 야권 내 맞대결은 불발될 확률이 높아졌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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