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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 채용 공고 내자 취업시장 들썩

입력
2018.05.1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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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다른 기업의 2배 수준

그룹 자회사 서비스 이용 혜택도

“인력 빼앗길라” 기업들 비상

하이퐁 공장서 내년부터 생산

총리도 신축 현장 들러 격려 계획

외국 업체들은 공장 증설로 맞서

하이퐁 딘 부-깟 하이 공단 상공에서 지난 4월 드론으로 촬영된 빈그룹 자동차 생산 계열사 빈패스트 공장 신축 건설 현장 모습. 3교대로 24시간 공사가 진행중인 이 공장에서는 올 하반기 오토바이가 생산되고 내년부터는 승용차들이 출고된다. 빈그룹은 작년 9월 자동차 제조업 진출을 선언했다. 딥시 제공
하이퐁 딘 부-깟 하이 공단 상공에서 지난 4월 드론으로 촬영된 빈그룹 자동차 생산 계열사 빈패스트 공장 신축 건설 현장 모습. 3교대로 24시간 공사가 진행중인 이 공장에서는 올 하반기 오토바이가 생산되고 내년부터는 승용차들이 출고된다. 빈그룹은 작년 9월 자동차 제조업 진출을 선언했다. 딥시 제공

“빈패스트(VINFAST)에 합류하십시오. 단순히 일만 하는 게 아닙니다. 베트남의 꿈을 이루는 데 기여하는 길입니다. 보다 나은 국민들의 삶을 만드는 일입니다.”

지난 3일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자동차 생산 계열회사 빈패스트가 페이스북과 자사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내자 베트남 채용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 대졸자들은 물론 분야가 비슷한 다른 기업 근무자들까지 이 신생 기업으로의 이직 문제를 놓고 술렁이자, 공장 인근 관련 업체들은 인력유출 문제로 전전긍긍할 정도다. 베트남에서는 60년 전부터 고유 자동차 모델을 갖기 위한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빈그룹이 자동차 제조업 진출을 선언하며, 베트남 국민의 숙원을 풀겠다고 나선 것이다.

채용시장 블랙홀

빈패스트 공장이 들어서는 하이퐁 딘 부-깟 하이 공단 내 기계부품생산업체 A사의 조모(54) 법인장은 “한 달 전부터 실력 있는 근로자들을 (빈패스트가) 접촉해 빼가고 있다”며 “공식 채용공고가 난 만큼 인력 유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직 120명을 비롯해 판매, 영업, 경영, 재무, 인사, 교육, IT 등 23개 분야에서 수백 명을 채용하는 빈패스트의 이번 1차 모집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채용 공고에 임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초급 관리자로 채용되는 이들은 월 4,000만동(약 190만원) 가량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회사에서 받는 것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취업준비생들도 온통 관심은 빈패스트에 가 있다. 호찌민 한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흥(23)씨는 “’동남아시아의 선도적 자동차 메이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엘리트의 융합’이라는 회사의 비전에 감동 받았다”며 “대부분이 이 회사를 취업 희망 1순위에 올려 놓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회사 인사부서로는 ‘지원서 보냈는데 받았느냐’, ‘000(도시)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리는 없느냐’등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이퐁 LG디스플레이 기술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부이 녀씨는 “대학에서 산업전기를 전공했다. 물류창고에서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높은 월급 말고도 빈패스트는 다양한 복지혜택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고향을 떠나 입사하는 직원들을 위한 주택 제공은 물론 고향방문 여비지급, 빈그룹 산하의 호텔 리조트부터 의료 교육 유통 등 17개 자회사의 서비스를 ‘직원 우대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이퐁 코참 관계자는 “빈 그룹 서비스들은 상당히 고가다. ‘빈그룹 취업=성공’ 공식이 있을 정도”라며 “거기에 더해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으로 직원을 모집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빈패스트 기술직 채용공고. 120명을 우선 선발,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빈패스트 제공
빈패스트 기술직 채용공고. 120명을 우선 선발,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빈패스트 제공

자동차산업에 올인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빈그룹 차원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베트남 정부가 보이고 있는 관심은 비상할 정도다. 지난달에는 찐 딘 중 부총리가 법무부, 기획투자부, 교통부, 자원환경부 등 유관부처 고위 공무원들을 이끌고 공장 신축 현장을 찾았다. “자동차 산업은 베트남의 성장 발판”이라고 강조한 그는 “자동차 산업이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업 애로사항을 파악해 정부가 적극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빈패스트의 공장 건설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장 부지가 있는 산업단지(Deep C)에 따르면 현재 3교대로 24시간 내내 관련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단시간에 많은 모래를 끌어다 쓰면서 일대 모래 값을 폭등시키기도 했다. 작년 11월과 지난 4월 드론으로 촬영된 항공 사진에 따르면 공장 외형은 거의 다 갖췄다. 올해 하반기 전기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승용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3일 하이퐁항의 국제 컨테이너터미널 완공식 참석차 하이퐁을 찾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공장 신축 현장에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가 공사 중간 현장을 찾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푹 총리는 작년 착공식에서 “국산차 생산 프로젝트는 존경 받을 만한 사업”이라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베트남이 자국 브랜드 자동차 생산에 베트남이 ‘올인’ 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은 물론 기계와 전기, 전자, 화학 등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2만여개의 부품이 결합되는 종합산업이다. 초기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자리를 잡으면 자동차 산업은 경제 성장을 이끌 정도로 파급 효과가 크다.

토종에 시간 벌어주기

자국 자동차 산업의 착근을 위한 베트남의 전방위 ‘지원’은 베트남 자동차 수입시장을 꽁꽁 얼어 붙게 만들고 있다. 올해부터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교역에서 관세가 모두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부터의 자동차 수입이 격감한 게 대표적이다. 베트남자동차생산자협회(VAMA)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입된 차량 수는 9,500대로 전년(1만8,400) 대비 반토막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모델별로 한번만 하면 되던 안정성, 배출가스 등 각종 테스트를 이제는 수시로 받아야 한다”며 “베트남 내 조립,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않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과 경쟁이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성격이 짙은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베트남 내 생산공장 증설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마쓰다는 지난 3월25일 연 1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한국 현대차도 협업 관계에 있는 탄콩과 조립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조립업체 메콩오토의 응오 냐 타이(69) 대표는 “각종 규제는 결국 토종업체가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을 벌어다 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한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고 있고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빈패스트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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