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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침묵지대

입력
2016.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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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지대. 침묵 보호지구라는 뜻입니다. 마음에 꼭 듭니다. 봉쇄 수도원. 수도사. 침묵지대와 어울리는 단어들입니다. 고독. 하얀 언어. 보태도 침묵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침묵은 단단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습니다. 침묵은 침묵으로 존재합니다. 고여 있으며 흐릅니다.

고요가 공간에 관계한다면 침묵은 입에 관계합니다. 말 없음이 아니라 삼킨 말입니다. 입은 무엇일까요. 이런 자문 뒤에, 삼킨 말은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이 생겨납니다. 삼킨 말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침묵의 힘입니다. 침묵지대. 삼킨 말들이 존재하는 곳. 참구나 묵상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삼키는 말이, 침묵지대가 더 필요합니다. 잊지 않기 위해 삼킨 말이 위치하는 곳을 가만히 살피는 일. 투명에 가까워질 때까지, 낮게 가라앉은 빛들이 들끓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일.

침묵지대라는 표지판을 걸어두면 침묵이 샘물처럼 생겨납니다. 꼭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마련해두는 것이 샘물입니다. 침묵 아닌 것들을 침묵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삼킨 말을 샘물이 될 때까지 담고 기억하는 것에서 오는 힘입니다.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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