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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놈들에 치이고, 북핵에 막히고… 한반도는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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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놈들에 치이고, 북핵에 막히고… 한반도는 사면초가

입력
2017.05.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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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과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주재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의 북핵 장관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주재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의 북핵 장관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방에 센 놈들이 우글댄다.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핵ㆍ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대한민국의 정수리를 겨누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종잡을 수 없는 돌발 언행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어수선한 틈을 타 군사적 팽창 야욕을 노골화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마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빌미로 우리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4중의 외교적 과제를 안고 첫발을 떼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 외교안보 과제의 중핵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이다. 북한은 도발위협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린 지 오래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으로 위기의 4월을 무사히 넘겼지만, 언제든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다. 김 위원장이 1월 신년사에서 밝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올해 안에 발사할 가능성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더구나 고체연료 중거리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운 전략무기의 성능을 높이며 미국이 누차 경고한 ‘레드 라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5년간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년간 발사한 미사일보다 3배나 많다. 핵실험 주기는 2006년 이후 대략 3년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8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군 관계자는 9일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폭주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부각된 새로운 숙제다. 미국은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동맹의 역할분담을 요구하면서 이전보다 영 미덥지 못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힘의 우위와 미국 우선주의 전략은 불한당인 북한의 손발을 꽁꽁 묶는 족쇄인 반면, 미국의 입맛에 따라 한국의 국가이익 또한 언제든 휘둘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사드 비용 논란에서 확인된 안보비용 증가 우려가 현실화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에 따른 통상문제까지 겹친다면 동맹 전체의 균열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모든 정부의 딜레마였던 한일관계도 새 정부에서 다시 시련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을 도외시 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안보 현실이지만, 그 틈을 탄 일본의 군사력 확장 또한 경계의 대상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한 데 이어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명분으로 한반도 근해에 함정과 전투기를 보내면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급기야 아베 총리는 2020년 개헌을 공언하며 마지막 보루인 평화헌법 조항마저 무력화할 기세다. 미국의 비호를 등에 업은 일본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건 한일관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상당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라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만큼 문재인 정부는 역사문제를 놓고서도 일본과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

한때 최상을 구가하던 한중관계는 사드 배치에 발목이 잡혀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다. 톈안먼(天安門) 망루 외교에 취해 중국의 등에 올라타려던 박근혜정부의 안일한 계산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미국 중국 일본과 모두 굳건한 공조 체제를 다져야 하지만, 이처럼 주변국과의 관계가 모두 도전적 과제만 쌓여 있는 상태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협상카드이자 체제 생존의 최후 수단인 핵 능력을 고도화할수록, 문재인 정부의 입지는 줄어들고 경색된 남북관계는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미국의 압박에 대북제재가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지만 미중이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빅딜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다루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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