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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는 남성 영화뿐~ 여성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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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는 남성 영화뿐~ 여성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 인기

입력
2017.03.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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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벨 역을 맡은 배우 에마 왓슨.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벨 역을 맡은 배우 에마 왓슨.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할리우드의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여성들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남성 영화들로 채워진 올해 충무로와는 대조적이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여자 캐릭터 벨을 앞세운 '미녀와 야수'가 지난 주말(25~26일) 87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누적 관객수가 310만명을 넘어섰다. 미

‘미녀와 야수’는 약점이 많아 보였다. 1991년에 선보인 동명 애니메이션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 '식상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미녀’ 벨을 연기한 에마 왓슨을 활용한 어설픈 페미니즘 홍보도 도마에 올랐다.

벨은 애니메이션이 구축한 이미지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어하는 꿈 많은 아가씨이며,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개스톤)의 구애를 거부할 줄 아는, ‘괴짜’ 아가씨 모습 그대로다. 벨이 동네 분수대 앞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쳐주려는 장면 정도가 추가됐다.

여러 영화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미녀와 야수'는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질주를 하고 있다. 폭력과 사회정의를 앞세운 엇비슷한 한국영화들과의 경쟁에서 어렵지 않게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회 고발이나 무자비 액션을 가미한 남성 중심적인 한국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눈길이 ‘미녀와 야수’ 같은 다양한 장르 영화로 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며 인종과 성차별을 극복한 흑인여성 셋의 삶을 유쾌하게 그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히든 피겨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며 인종과 성차별을 극복한 흑인여성 셋의 삶을 유쾌하게 그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은 영화 ‘미스 슬로운’(29일 개봉)에서 최고 로비스트로 변신해 미국 정계의 뒤틀린 시스템을 꼬집는다.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은 영화 ‘미스 슬로운’(29일 개봉)에서 최고 로비스트로 변신해 미국 정계의 뒤틀린 시스템을 꼬집는다.

‘미녀와 야수’ 뿐 아니다. 여성을 내세운 다종다양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유쾌하고 따뜻한 인간미로 극복해나가는 여성들(‘히든 피겨스’)을 그리는가 하면,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존재(‘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를 여성으로 부각했다. 미국 정계 최고 로비스트(‘미스 슬로운’)와 홀로코스트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는 역사학자(‘나는 부정한다’), 인공지능 자동차에 갇힌 아이를 구하려는 인물(‘모놀리스’)도 여배우들의 몫이다. 뮤지컬과 스릴러, 휴먼 드라마 등 여러 장르에서 여성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배우 스칼렛 조핸슨은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9일 개봉)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캐릭터 메이저로 등장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스칼렛 조핸슨은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9일 개봉)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캐릭터 메이저로 등장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한국영화는 온통 남자다. 23일 개봉한 한석규 김래원의 '프리즌’과 손현주 김상호의 '보통사람', 임시완 진구의 '원라인'(29일 개봉)은 남자배우들이 스크린 중심을 차지한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흥행대전이 예상되는 올 여름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다. 송중기 황정민 소지섭 주연의 '군함도', 이병헌 김윤석이 호흡을 맞춘 '남한산성' 등 남자 배우들의 얼굴이 포스터를 채운 대작들이 잇따른다. 최근 '미녀와 야수'와 함께 개봉한 한채아 강예원 주연의 ‘비정규직 특수요원’, 김윤진 주연의 ‘시간 위의 집’(4월5일 개봉) 정도가 성비 불균형이 심한 충무로에서 그나마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까지 6편의 남자 영화를 준비중인 한 중견 제작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가 돌긴 하지만 액션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액션은 제작비도 많이 들고 그만한 연기를 할 배우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여자 영화의 부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강예원은 “여자배우가 주연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더 많은 여자 영화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거의 없다”고 비관적인 현실을 토로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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