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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랑 해외 서점으로… 출판계는 지금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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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랑 해외 서점으로… 출판계는 지금 ‘여행 중’

입력
2017.09.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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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점·여행사 함께

책 주제로 여행 상품 내놓아

경비 수백만원 불구 독자 몰려

영국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한 곳인 돈트북스.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는 올해 초 동료 출판인들과 이곳 등 유럽 유명 서점을 찾았고, 11월 독자들과 여행단을 꾸려 다시 유럽 서점 탐방에 나선다. 북스피어 제공
영국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한 곳인 돈트북스.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는 올해 초 동료 출판인들과 이곳 등 유럽 유명 서점을 찾았고, 11월 독자들과 여행단을 꾸려 다시 유럽 서점 탐방에 나선다. 북스피어 제공

장르문학 출판사 북스피어는 이색 마케팅으로 최근 독자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곳이다. 독자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1박2일 ‘야영’을 하고, 여름 밤 한강 유람선을 빌려 장르문학 부흥회를 열기도 했다. 출판계 트렌드 세터로 부상한 북스피어는 11월 새 이벤트를 해외에서 펼친다. 독자들과 유럽 유명 서점을 둘러보는 ‘떼거리 유랑단’이 새 이벤트. 네덜란드의 셀렉시즈 도미니카넌 서점, 중세 책마을 비안덴을 비롯해 스위스 베른의 슈타우파허 서점 등을 둘러본다. 여정은 8박10일. 여행에 동참하는 독자는 455만원을 내야 한다. 만만치 않게 긴 기간이고 쉬 지갑을 열기 힘든 금액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조차 “이 돈 내고 오겠느냐”고 반신반의했지만 13일 출판사 홈페이지에 첫 공지 후 2주 만에 선금 50만원 입금한 사람이 13명이다. 문의를 한 사람도 수십 명이라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북스피어 뿐만 아니다. 에세이집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내놓은 문학출판사 아르떼는 올 상반기 저자 백영옥 작가와 함께 떠나는 동부 캐나다 여행 상품을 여행사 모두투어와 공동 기획했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세계서점기행’을 쓴 김언호 한길사 대표와 7박9일짜리 ‘유럽 서점 탐방’ 여행을 지난 여름 다녀왔다. 교보문고는 대산문화재단과 함께 11월 시인 윤동주의 일본 유학 시절 흔적을 돌아보는 ‘윤동주 문학투어’를 실시한다.

출판계 새 마케팅 트렌드로 ‘여행’이 뜨고 있다. 작가 생가와 소설 무대를 둘러보는 ‘문학투어’, 세계 유명 서점과 책 마을을 순례하는 서점 탐방까지 다양한 ‘여행 상품’이 출판사와 서점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여행비용은 보통 수백만원이지만 상품은 금방 다 팔려 나간다. 해외 명소들만 알짜로 둘러볼 수 있는데다 저자, 번역가, 출판 기획자 등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대산문화재단의 김도영씨는 “지난해 했던 러시아 문학기행은 5박7일에 여행비가 290만원였지만 25명 모집에 150명이 신청해 공고 2주일 만에 조기 매진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여행사 주도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던 미술관과 박물관 순례 여행, 전시 공연 테마 여행이 출판계 주도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 모양새다.

“재미있는 이벤트 통해

책 구매까지 이어졌으면”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지난해 1월 진행한 '설국문학기행'에서 참가자들이 스와신사를 관람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지난해 1월 진행한 '설국문학기행'에서 참가자들이 스와신사를 관람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개인 취향이 이색 문화 상품 개발로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은 출판 관계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됐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백영옥 작가는 소설 ‘빨강머리 앤’의 배경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너무 가보고 싶었지만 이 섬이 여정에 포함된 국내 여행 상품은 전무했다. 정유선 아르떼 편집팀장은 “(수소문하다가) 모두투어 관계자가 1년 전 이곳을 다녀와 여행상품을 구상 중이라는 소리를 듣고 기획을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과 앤의 집으로 유명한 그린 게이블 등을 둘러보는 동부 캐나다 일주는 백 작가가 함께 한 1회를 포함해 총 4차례 여행단이 꾸려졌고, 100여명이 다녀왔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떼거리 유랑단’도 출판인들 취향의 소산. 김홍민 대표는 올해 초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와 유럽 서점들을 둘러본 후 “다음에는 독자들을 꼬셔서 ‘떼거리 유랑단’을 꾸려보자”며 이색여행을 기획했다. 다녀왔던 유럽의 서점 중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과 새롭게 가보고 싶은 서점을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꾸몄다. 김홍민 대표는 “이번 행사 반응이 좋으면 일본 서점, 미국 서점 등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럽 서점 투어’에서 가이드 역할을 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책 ‘세계서점기행’ 내고 나서 주변에 같이 여행 가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책에 대한 관심을 진작시키고 싶어 여행을 기획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모여 28명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일본, 유럽의 다른 곳도 가보자고 (출판도시문화재단과)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지만 수지는 맞지 않아

책 여행 상품은 여행전문회사에 의뢰해 기획하기에 서점이나 출판사에 떨어지는 이윤은 거의 없다. 여행 자체가 화제가 되면서 관련 도서와 저자, 출판사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호감도가 급증하는 효과를 노린다. 정유선 팀장은 “에세이집이 나온 지 1년 만에 작가가 캐나다 여행을 떠났고, 출판사가 여행에 대한 글을 네이버에 연재했다”며 “연재물이 반응을 얻으면서 교보문고 에세이 코너 12위였던 책이 10위권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아르떼는 국내 유명 저자가 고전문학의 현장을 둘러보고 작품을 설명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올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독자가 여행에 동참한 것은 아니지만 탐방과 순례가 키워드로 작용한 기획이다. 원로문학평론가 황광수씨가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영국을, 문학평론가 정여울씨가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독일을 다녀왔다.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야 책이 팔린다는 출판계의 절박한 심정도 책 여행 유행의 배경이다. 김홍민 대표는 “이벤트가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출판사에 호감을 보이며 책도 사더라”며 “재미있고 적자가 아닌 이벤트라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출판계 주요 서점ㆍ문학 기행

백영옥 작가는 지난 6월 독자와 함께 '빨강머리 앤'의 배경이 된 캐나다 프린드 에드워드 섬으로 갔다. 아르떼 제공.
백영옥 작가는 지난 6월 독자와 함께 '빨강머리 앤'의 배경이 된 캐나다 프린드 에드워드 섬으로 갔다. 아르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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