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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세상소문 그대로였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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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세상소문 그대로였나(사설)

입력
199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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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예상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6공 최대의 특혜사업중 하나라는 이동통신은 소문대로 노 대통령과 사돈관계인 선경에게로 갔다.정부가 거듭된 거센 연기론을 무릅쓰고 일정마저 앞당겨 황급히 발표,기정사실로 밀어 붙이려는 속사정은 누구나 짐작할만 하다. 아무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해도 「한번 작정하면 그만」이라는 권력의 오기마저 엿보인다.

하지만 오기나 고집으로만 끝날 일인가. 벌집 쑤신듯 시끄러워진 정국과 찬반이 첨예한 여당 집안꼴이 말이 아니다. 이처럼 엄청난 후유증을 지닌채 이동통신 보수경쟁체제가 출범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불행이요 낭비이다. 모두의 축복속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없는,내일을 잊은듯한 우리의 현실이 한편으론 무척 서글프기도 하다.

이번 정부당국의 사업자선정이 잘된 것인지 못된 것인지는 문밖을 나서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당장 판가름이 난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결국 사돈에게 줬군요』라는 실망에서 『문제지를 알려준뒤 1등했다고 발표하다니 누굴 놀리나요』라는 비아냥에 이르기까지 온갖 볼멘 소리들이 춤을 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여론은 잠시일 따름이고,사돈은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어진다.

우리는 이미 도덕적으로나 국민화합 및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정권말기의 성급한 결정을 연기하는게 타당하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결정을 앞두었던 당시와는 달리,이날 발표를 통해 국민적 걱정이 사실로 밝혀진 마당에 체감되는 문제의 심각성이나 충격은 강도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번 결정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대통령의 사돈재벌에게 사업권을 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겠다.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통치권자가 임기 말기에 막대한 이권이 걸린 결정을 서두르는 것도 정치도의상 문제가 있는데다 사돈에게 사업권을 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더욱 온당치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이같은 도덕적 결격사유는 이동통신사업 체제구축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이나 1·2차에 걸쳐 정부가 장담한 엄정 심사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려 불신풍조를 부채질하게 마련이고,여당내 분열과 정국의 파란,그리고 재계의 상호질시와 반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후유증의 빠른 수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국민적 신뢰 재구축을 위해서는 올바른 국가지도력 및 정치력 발휘를 통해 우리 사회에 도사린 불신·혼란·불안을 해소시키는 실천적 성과가 필요하다. 또한 선정된 사업자는 국민적 기대를 앞서는 기술확보와 서비스 체제완비,그리고 국민기업이라는 지각아래 일반의 참여를 허용하는 성실·겸허한 자세를 갖춰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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